[영남타워] '포항 효과'를 기다린다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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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5 07:00  |  수정 2024-01-25 07:01  |  발행일 2024-01-25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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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경북부장

'스페인 빌바오' 하면 '구겐하임미술관'이 떠오르고 연이어 '도시 재생'이란 단어가 뒤따라 붙는다. 빌바오는 문화주도형 도시재생의 성공사례로 전 세계가 벤치마킹에 나서고 있다.

빌바오의 성공스토리를 안다면 당연한 일이다. 빌바오는 인구 34만명 정도의 그리 크지 않은 도시다. 현재는 철강, 항공산업, 전기·IT 산업 등 다양한 산업이 발전했지만 철강산업이 중심이 돼 성장한 도시였다. 하지만 빌바오의 발전을 이끌었던 철강산업이 쇠퇴하면서 도시도 쇠락했다. 먹구름 낀 잿빛 공업도시를 되살려낸 것은 구겐하임재단이 1997년 연 구겐하임미술관 분관이었다.

구겐하임미술관은 전시품만 아니라 뉴욕 본관을 비롯해 독특한 외형을 지닌 미술관의 건축으로도 유명하다. 빌바오 분관 역시 세계적인 건축가 프랑스 게리가 디자인해 7년여에 걸쳐 만든 건축물로 시선을 끌었다. 미술작품을 보기 위해, 여기에 더해 미술관의 건축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여기서 문화적 도시재생을 상징하는 '빌바오 효과'라는 말이 나왔다. 미술관이 생기기 전인 1995년 연간 2만5천명에 불과하던 관광객은 2018년 무려 93만명 이상으로 급증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즈음에서 경북 포항이 떠오른다. 포항은 빌바오와 여러 측면에서 닮았다. 특히 철강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포항의 산업생태계와 유사하다. 경북의 작은 어촌에서 출발해 인구 50만명이 넘는 대한민국 대표 철강도시로 성장한 포항이 철강산업 쇠퇴로 위기를 겪는 점도 오버랩된다. 지난해 포항 인구가 5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인구가 50만명이 안되면 시 행정권한이 축소되고 대외적인 위상이 하락하기 때문에 포항은 2년의 유예기간에 인구 50만명을 넘기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하나의 산업으로 도시가 발전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포항 발전을 위해선 산업 다변화로 새 출구를 찾아야 한다. 포항이 2차전지, 수소, 바이오산업 등 산업 재편에 행정력을 총동원하는 이유다.

포항시는 떨어지는 도시경쟁력을 살릴 다른 방안으로 문화도시에 눈을 돌렸다. 이미 다양한 TV드라마 촬영 유치를 통해 포항 곳곳을 관광 명소화하는데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청하면은 드라마 '갯마을차차차'의 글로벌 열풍으로 해외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한류 관광 핫플레이스'로 거듭났다.

최근에는 포항시가 매년 여는 스틸아트페스티벌을 세계 수준의 비엔날레로 전환하기로 했다. 2012년부터 개최한 이 행사를 2년마다 여는 비엔날레로 바꾸는 방식을 검토하는 것이다. 스틸아트페스티벌은 산업도시 포항이 문화도시로 전환하는 의미를 담은 상징적인 문화행사다. 시는 10여 년간 열면서 행사가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만큼 국제도시 포항의 위상을 확립하고 철과 예술, 기술과 문화, 도시와 사람을 연결하는 세계적 수준의 비엔날레로 만드는 게 목표다.

여기에 포항의 대표축제인 국제불빛축제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불빛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돼 이미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일련의 포항시 움직임을 보면 포항의 계획이 뜬구름 잡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특히 포스텍 등의 유능한 인재, 바다를 낀 지리적 이점 등에서 빌바오보다 확장성이 더 클 수 있다. '포항 효과'라는 말이 통용되는 시대를 기다린다.

김수영 경북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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