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공연장 존재의 이유는 관객

  • 최미애
  • |
  • 입력 2024-01-26 06:54  |  수정 2024-01-26 06:53  |  발행일 2024-01-26 제26면
지역 공연장 연간 계획 발표
다양한 장르 공연 배치 긍정
희미해진 정체성은 아쉬워
체계적인 관객 분석 중요해
지역 공연장 간 협력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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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애 문화부 선임기자

연초가 되면 클래식·뮤지컬 공연 팬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공연장과 기획사에서 연간 공연 계획을 발표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발표된 공연 계획을 바탕으로 날짜를 맞춰보며 한 해의 관극 계획을 세워나간다. 이때는 공연을 보는 기쁨 못지않은, 앞으로 내가 볼 공연에 대한 기대가 차오른다. 물론 그와 함께 다소 가벼워질 지갑도 잠깐 걱정하지만…. 그 순간만은 걱정보다는 행복한 마음이 더 앞선다.

통상 클래식 공연은 공공 공연장을 중심으로 1년 계획을 발표한다. 규모가 큰 클래식 공연 기획사는 직접 연간 공연 계획을 발표하기도 한다. 뮤지컬 제작사에서도 올해 공연될 뮤지컬 라인업을 알린다. 일부 공연은 캐스팅도 공개해 기대감을 높인다.

대구에서도 공공 공연장이 잇따라 연간 계획을 내놓고 있다. 출연진이나 공연 콘텐츠의 세부 내용은 차이는 있지만, 유사한 흐름도 나타난다. 개별 공연장만 놓고 보면 가장 큰 흐름은 공연장마다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기초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공연장의 경우 특정 장르에 특화된 것이 아닌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위한 다목적 공연장이 대부분이다 보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물론 대구 전체로만 놓고 보면 특정 장르에 편중되어 있다는 느낌이 없진 않다.

대구의 어느 곳에서 살든지 다양한 공연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긍정적인 현상이다. 상대적으로 공연 횟수가 적었던 공공 공연장들도 최근 몇 년간 공연의 양적인 면도 보완해나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관객이 객석을 채우면서 시민들의 문화에 대한 욕구를 체감하기도 한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되는 대구시립예술단 소속 예술단체의 신임 예술감독들이 예술단이 상주하는 공연장 외에도 다른 지역 공연장에서 공연을 자주 펼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기초지자체 공연장에서도 시립예술단의 공연을 이전과 비교해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반면, 이 과정에서 개별 공연장의 정체성은 다소 희미해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각 공연장만의 독창적인 콘텐츠를 찾아보기는 어려워진 것이다. 일부 공연장 공연의 경우, 다른 공연장과 유사한 콘셉트의 공연도 있다. 특정 기초 지자체 소속 공연장이라고 해서 그 지역민들만 공연장을 찾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일각에선 최근 대구 지역 공연장마다 지역 예술인보다는 유명 예술인들의 공연이 부쩍 많아지면서, 지역 예술인이 설 자리가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중적인 공연에는 관객이 몰리지만, 상대적으로 비인기 장르 공연에는 관객이 적은 양극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대구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온 이후 공연계가 공통으로 가진 숙제다. 코로나로 미뤄졌던 공연들이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일부 마니아를 제외한 관객은 괜찮은 공연을 선택적으로 보려고 하는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관객에 대해 분석하고 이를 반영해 공연을 계획하는 것이다. 지역에서도 공연에 대한 만족도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를 좀 더 체계적으로 추진해 공연장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 한정된 관객을 놓고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대구 내 공연장들이 이를 위해 협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공연장은 무엇보다도 관객이 찾아올 때 생명력을 얻기 때문이다.최미애 문화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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