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구심력이 강하면 원심력도 강해진다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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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6 06:56  |  수정 2024-01-26 06:56  |  발행일 2024-01-26 제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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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주류 교체의 시간=22대 총선은 최소 4파전이다. 주요 정파만 따져도 그렇다. 왜 이렇게 확전됐을까. 이번 선거는 보수 대 진보 대결만이 아니다. 보수 대 보수, 진보 대 진보의 싸움이 동시에 펼쳐지고 있다. 그 요체는 진영별 '주류 교체의 싸움'이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당, 이재명 당으로의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공천 전쟁'이 내부 주도권 싸움의 클라이맥스다. 구심력이 강할수록 원심력도 강해진다. 조일수록 흩어지는 분열의 피크 타임, 그 절정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비민주적 알고리즘=너무 세게 조였다. 한동훈 사퇴를 요구한 건 지나친 악력 행사다. 이준석은 '약속 대련'이라 했지만, 실전일 가능성이 크다. '기획'이라면 '윤-한' 듀오가 펼친 경이로운 '싱크로나이즈드 무대'에 찬사를 보낸다. 검검신공(檢劍神功)이란 일세의 비전술로 강호를 평정한 것도 모자라 설마 짜고 친 게 사실이라면 윤석열 사단은 만인을 속이는 절대심법마저 습득한 지략의 천재, 최고의 갬블러, 사마의의 화신, 마키아벨리즘의 권화(權化)라 칭할 만하다. 사실이어도 불행이고 사실이 아니어도 불행이다. 대통령이 가장 큰 피해자? 그렇다. 명분·세력·타이밍에서 밀렸고 이미지·리더십·민심을 잃었다. 이준석은 나갔고 김기현, 김무성의 조짐도 심상찮다. 보수 텃밭 'TK 민심'도 변했다. TK의원들이 모여 한동훈을 살짝 비토하려 했다가 흐지부지된 건 '변화한 민심'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머잖아 '한동훈 당'이 될 것이다. 임기 절반도 안 지났는데, 절대 권력을 나눠 가지는 불가능의 변검술이 무탈하게 시전될까. 용산 터를 봤다는 관상가가 "썩은 고기를 통째로 먹어 치워 강을 정화한다"고 한 전투력 갑(甲) '악어상(相)'에 대한 해석이 새삼 회상된다.

민주당 사정도 피장파장이다. 비명계 최종윤이 불출마 선언하며 "우리가 하는 건 정치도 민주주의도 아니다"라고 자성했다. 이낙연의 경우 분당급 이탈이다. 청년 당원의 탈당 러시는 심각한 수준이다. 사당화 논란이 멈추지 않으면 추가 탈당을 막을 수 없다. 이재명을 금강불괴로 만드는 만독불침의 주문이 민주당의 오랜 가치와 비전을 허물고 있다. 서로 악마화하다가 둘 다 악마를 닮고 있다. 멀쩡하던 이들이 어느 날 광인(狂人)으로 돌변하는 세태가 비감하다.

친윤·친명의 역주행. 트럼프가 홈그라운드 텍사스에서, 바이든이 표밭 캘리포니아에서 목숨 걸고 싸우는 격이다. 선거를 이기는 것보다 이 당을 내 당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다. 가야 할 곳 '중도'는 점점 멀어진다. 지지층만 강화하는 알고리즘은 민주주의 원리와 맞지 않는다.

#역설(逆說)=순도 100% '윤심 당' '이재명 당'을 만들 욕심인가. 두 사람 다 선거에서 멀어질수록, 그립의 힘을 뺄수록 당의 승률은 높아진다. 22대 총선의 패러독스다. 치열한 주류 교체의 싸움은 혁신 공천을 망쳤다. '혁신'은 '내 편 심기'의 이어동의(異語同意)와 진배없다. 거짓 혁신보다 '통합'이 더 효과적이다. 지금이라도 뭉치면 이기고 흩어지면 진다. 어설픈 봉합이어도 당정 갈등을 삼일천하로 끝낸 건 다행이다. '한'이 굴복하면 총선을 지고, 이기면 '윤'의 레임덕이다. 이재명은 자신이 공천권을 다 행사하더라도 비대위만큼은 김부겸 같은 이에게 맡기는 게 현명하다. 김부겸은 "난 설거지만?" 하지 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짐을 지는 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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