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차례상 준비, 시장·마트·온라인 비교…10만원으로 얼마나 살 수 있나

  • 이지영,이남영
  • |
  • 입력 2024-02-04 18:19  |  수정 2024-02-05 07:16  |  발행일 2024-02-05
유통플랫폼 별로 서로 다른 차이 보여
시장은 품질 우수…마트·온라인은 가성비
소비자들 반응도 엇갈려
2024020401000081100003231
설 명절을 일주일 앞둔 1일 오전 영남일보 취재진이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차례상에 올릴 과일을 구매한 뒤 현금을 건네고 있다. 박지현 기자 lozpjh@yeongnam.com

고물가와 경기 침체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닷새 앞으로 다가온 올해 설 명절 차례상을 차리기가 버거워졌다. 자연히 합리적인 차례상차림에 대한 관심도 깊어진다.


영남일보는 오는 10일 설날을 맞아 이지영·이남영 기자 2명이 지난 1일 대구 서문시장과 대형마트, 이커머스 등을 통해 직접 차례상용 장보기에 나섰다. 예산 규모는 최근 고물가 사정을 반영해 10만 원으로 정했다. 구입 품목은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마련한 설 차례상을 기준으로 삼았다.
 

0-01.jpg
그래픽=장수현기자 jsh10623@yeongnam.com

◆10만 원으로 차례상 차리기 도전
지난 1일 오전 10시쯤, 서문시장을 찾은 취재진은 황태포(6천 원), 사과 3개(2만1천 원), 배 1개(7천 원), 곶감(1만 3천 원), 유과(7천 원), 마른오징어(1만 원), 고사리(5천 원), 도라지(5천 원), 떡국(1만 원), 수육용 돼지고기(600g·1만4천500원) 등 10개 품목(12개 재료)을 9만8천500원에 구매했다.


지난해에도 설 차례상 취재차 서문시장에 갔었다. 1년 전 구매 품목을 보니 사과는 5개 1만 원, 배는 1개에 3천~6천 원 선이었다. 올해는 달랐다. 특히 과일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비쌌다. 도저히 지난해(5만원)만큼 살 수 없었다.


같은 날 오후 2시쯤, 대구 북구의 한 대형 마트를 들렀다. 배 4개(1만5천900원), 사과 6개(1만4천900원), 시금치 한 단(3천980원), 고사리(5천230원), 도라지(5천440원), 황태포(6천480원), 유과(8천980원), 삼겹살(1만4천120원), 모듬전(1만1천980원), 떡국 떡(3천180원), 조기(6천960원), 두부(2천620원)를 구매했다. 12개 품목(21개 재료)을 총 9만9천770원에 샀다. 대형 마트는 일정한 품질과 합리적 가격이 유지된 제품군으로 구성돼 있다. 품목만 정하면 큰 고민 없이 살 수 있었다.


온라인 장보기는 이커머스 업체를 활용했다. 떡국 떡(3천290원), 배 3개(1만1천960원), 두부(3천600원), 수육용 돼지고기(600g·1만2천490원), 동그랑땡(4천930원), 조기(9천980원), 밤(6천900원), 시금치(3천580원), 사과 3개(1만6천 원), 동태포(8천690원), 고사리(8천230원), 무(1천590원), 황태포(5천480원), 산적(7천420원) 등 14개 품목(18개 재료)을 총 10만4천140원에 구매했다. 예정했던 금액을 4천140원 초과했지만 설 기획으로 진행되는 1만 원 할인 쿠폰을 적용했다. 결과적으로 구매가는 9만4천140원이다. 5천860원이 남았다. 직접 눈으로 볼 수 없어 구매자들이 남긴 상품평을 참고했다. 온라인 페이지에 제품 생산지, 품질 등에 관한 상세한 설명을 보고 여러 제품과 비교해가며 제품을 골랐다.

◆유통채널별 제품 비교해 보니
세개의 유통 플랫폼(전통시장, 대형마트, 온라인)을 통해 구매한 물품들을 모두 펼쳐봤다. 사과를 비교한 결과 시장에서는 3개에 2만1천 원이었다. 한 개에 7천 원인 셈이다. 대형 마트는 2천500원, 온라인은 3천200원이었다. 시장에서 구매한 배 역시 1개에 7천 원이었지만, 마트는 3천975원, 온라인은 3천986원이었다. 떡국 떡은 시장가로 2㎏에 1만 원, 마트 (900g)에선 3천184원, 온라인(1㎏)에선 3천290원이었다. 1㎏당 각 5천 원, 3천300원, 3천290원이었다.


제품군을 모두 비교해 보니 무게 대비 가격만 봤을 땐 대체로 시장보다 마트와 온라인이 조금 더 저렴했다. 마트와 온라인의 경우, 성균관위원회가 제시한 기준에 맞추고도 금액이 남아 다른 종류의 식품도 살 수 있었다.


시장에선 압도적으로 저렴한 제품이 여럿 있었다. 고사리의 경우 마트(122g)에선 5천230원, 온라인(300g)은 8천230원이었다. 시장(450g)에선 5천 원이었다. 도라지 역시 대형마트는 124g에 5천440원이었지만 전통시장은 400g에 5천 원이라 시장이 양적으로 3배 이상 많았다.


제품의 외관과 품질을 봤을 땐 시장 제품의 질이 세 유통 플랫폼 중 높은 편이었다. 시장의 경우, 비싸지만 품질이 좋은 제품을 소비자가 직접 골라 구매할 수 있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은 유통업체가 고른 중상 정도 품질의 제품을 중저가로 일정하게 판매하고 있다. 사과는 시장이 가장 비쌌지만 크기, 외관, 맛을 모두 비교한 결과 마트·온라인보다 압도적으로 품질이 좋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소비자들의 선택은?
취재진은 유통 플랫폼별로 각각 구매한 전체 제품 사진을 찍은 후 소비자들을 만났다. 설 차례상을 차리는 데 10만 원으로 가능한 지에 대해 물었다. 대부분은 부정적이었다. 서문시장에서 제사용품을 구매하던 주부 장모(80·대구 중구)씨는 "지금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데 10만 원이 말이 되냐"며 "최소 25만 원은 있어야 제대로 된 차례상을 차릴 수 있다"고 했다. 서문시장 건어물 상가에서 만난 한 상인은 "건어물이 차례용품 중 가장 가격이 덜 올랐는데도 지난해보다 1천~2천 원 뛰었다. 전반적으로 물가가 비싸져 10만 원으로 차례상 차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취재진에게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마트에서 만난 주부 최모(38·대구 북구)씨는 "세 유통 플랫폼 별 구매 제품을 보니 시장이 가짓수는 적지만 양과 품질이 비교적 괜찮고, 마트와 온라인은 많은 제품을 싸게 구매할 수 있다"며 "사진상으로 마트에서 중상위권 품질의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할 수 있는 것 같아 마트를 이용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시장에서 만난 박모(64·대구 중구)씨는 "온라인 구매는 아직 조금 낯설다. 시장에서 잘 고르면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전통시장의 장점이라 시장에서 구매하려 한다"고 했다.


전체 상품을 한 플랫폼에서 사기보다는 제품별로 다양한 플랫폼에서 구매하겠다는 소비자도 있었다. 주부 이모(55·대구 북구)씨는 "마트가 시장처럼 현금을 들고 다니면서 일일이 계산할 일이 없어서 자주 애용했다. 올해는 과일 등 일부 품목은 전통시장에서 구매하고 그 외엔 마트, 온라인을 적절히 활용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지영 기자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이남영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