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범의 시선] 제3지대는 없다(?)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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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04 14:03  |  수정 2024-02-05 06:55  |  발행일 2024-02-05 제22면
제3지대 대안 세력 될까
정당 지지도 탄력 못받아
진영 대결 현실화 구도에
빅텐트 향한 정략적 접근
새 가치에 대한 고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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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범 편집국 부국장

제3지대의 운명이 불확실하다. 존속과 멸망을 알 수 없다는 의미다. 국민의힘을 뛰쳐나간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과 더불어민주당 탈당파가 추진하는 '개혁미래당'이 제3지대의 중심이다. 개혁미래당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의 연합이다. 총선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또 총선이 끝나고도 살아남을까. 아니, 당장 이질적인 두 집단이 하나로 묶일 수 있을까. 불투명하기 짝이 없다.


제3지대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4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개혁신당과 '이낙연 신당'의 지지도는 각각 3%로 조사됐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합쳐도 6%다.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 21%보다 한참 모자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을 끌어오지 못한 모습이다. 최근 영남일보 여론조사에서 TK(대구경북) 일부 지역 개혁신당 지지도는 9~17%였다. 지난해 12월부터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개혁신당이라는 당명이 정해지기 전 '이준석 신당'으로 조사했을 때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준석 대표의 인지도가 더 높다는 점을 감안 하면 개혁신당의 지지도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아마 이낙연 신당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일찌감치 제3지대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봤다. "어느 정당이든 제3지대 정당들이 주목받기 어렵다. 한국정치사상 가장 극렬한 진영 대결이 가시화될 것이다"라고 했다. 홍 시장의 전망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양향자 의원과 함께 '한국의희망'을 창당했던 최진석 새말새몸짓 이사장은 아예 "제3지대는 없다"고 단언했다. 한국의희망은 개혁신당과 합당했고, 최 이사장은 한국의희망을 탈당했다. 최 이사장은 "새 정치를 하겠다고 하면서, 자신들이 혐오한다는 구시대 정치의 방법을 그대로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희망에서 오히려 절망한 셈이다. 홍 시장과 최 이사장의 분석은 결이 다르지만, 틀렸다고 볼 수 없다.


유권자들도 이미 지지하지 않는 정치 세력을 악마화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상대의 악마화'를 싫어하면서도 받아들인다. 이성적으로 못마땅해 하면서 감정적으로 동조하기 일쑤다. 스스로 증오 정치의 토양이 된 셈이다. 지난해 한 여론조사가 이념 사회를 뒷받침한다. 조선일보와 케이스탓리서치가 실시한 '이념 갈등' 조사에서 '정치적인 성향이 다른 사람과 식사 또는 술자리가 불편하다'는 응답이 40.7%에 달했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과 본인 또는 자녀의 결혼'에 대해서도 '불편하다'가 43.6%였다. 지지 정당이 다른 사람과 결혼 관계를 맺는 게 '불편하다'는 응답은 20대에서 49.3%나 됐다. 이념 대결이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상황에서 제3지대는 진영 대결을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쉽지 않다는 인상을 준다. 개혁신당과 민주당 탈당파는 새로운 가치보다 '빅텐트'를 만드는데만 잔뜩 신경을 쏟고 있다. 권력을 잡기 위해 정략적 접근에 치중하는 꼴이다. 원래 몸 담았던 집단을 향해 비난의 화살도 마구 쏘아댄다. '양당 정치 타파'를 내세우고 있는데, 권력 투쟁에서 밀려난 인사들의 처절한 몸부림으로 보이기도 한다.


제3지대 정당들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클수록 더 그렇다. 그럼에도 대안 세력이 되고자 한다면 '새 정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필요가 있다. 기존 정치를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안된다.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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