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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있는 유권자에게 타 지역 예비후보가 보낸 선거운동 문자메시지. 독자 제공 |
"안녕하세요. 국회의원 예비후보 ○○○입니다."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예비후보들이 ARS 홍보 전화·문자메시지를 무차별 발송하고 있다. 선거구를 가리지 않고 전국 각지에 출마한 후보들이 보내는 문자메시지와 전화는 공해 수준에 가까울 정도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씨(33)는 지난 4일 모처럼 휴식을 취하던 도중 모르는 번호들로 전화가 수차례 걸려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받았지만,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한 출마자의 목소리가 녹음된 ARS 홍보 전화였다. 문제는 자기가 살지도 않는 지역에 출마한 후보로부터도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무차별적으로 온다는 점이다.
박씨는 "대구 이외의 지역에는 살아본 적도 없는데 다른 지역의 국회의원 예비후보라는 사람의 목소리가 담긴 전화가 수시로 걸려오니 겨우 좀 쉴만한 주말에도 피곤해서 잠을 못 잘 정도"라며 "번호를 일일이 차단해도 다른 후보 캠프에서 하루 종일 전화가 걸려와서 홍보는커녕 피로감만 쌓인다"고 토로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문자메시지로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 동시에 20명을 초과하는 유권자에게 발송하거나 20명 이하라도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동으로 발송하는 경우는 8회로 제한돼 있다. 또 발신 번호는 관할 선거구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1개의 번호만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직접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경우는 횟수 제한이 없다. 특히, ARS 홍보 전화는 선관위 신고 없이도 무제한 발송 가능하다.
유권자들도 피로감을 호소하지만, 한 표가 소중한 후보자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ARS 홍보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대구지역 한 예비후보 측 관계자는 "사실상 횟수 제한은 없다지만, 비용 측면에서 상당한 부담이 되기도 한다"면서 "일부 항의 전화가 들어오기도 하지만 명절 등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다른 후보들도 보내는 데 우리만 안 보낼 순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현행 선거법에는 전화번호 수집에 관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각 후보 캠프에서는 각양각색의 방식으로 무분별하게 전화번호를 수집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권자 입장에서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실제로 2020년 치러진 제 21대 총선 당시 개인정보침해센터에는 총 156건의 신고가 접수됐으며, 관련 상담 건수는 1만507건에 달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105건의 행정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도 지난해 말 "선거철이면 쏟아지는 유세 홍보 문자 메시지에 대해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대구시 선관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유권자들의 민원이 있어도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ARS 전화로 선거운동을 하는 게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행위라 제재할 방법은 없다"면서 "선거법 개정 등 제도적인 측면에서 정비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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