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화이트 큐브와 블랙박스 그리고 파빌리온

  • 원선금 시각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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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13 07:49  |  수정 2024-03-06 16:13  |  발행일 2024-02-13 제17면
원선금시각예술가

화이트 큐브(white cube)는 출입구 외에는 사방이 막힌 실내 공간, 즉 작품을 전시하는 가장 기본적 공간으로 일반적인 미술관, 갤러리 등과 같은 외부와 차단된, 흰 벽과 조명으로 둘러싸인 밝은 공간을 말한다.

반대로, 블랙박스(black box)는 직사각형의 상자형 공간 속에 이동식 객석을 자유롭게 배치해 공연에 따라 무대와 객석의 형태를 원하는 대로 변형시킬 수 있는 극장 같은 공간을 말하며, 미술에서도 이를 적용해 설치미술이나 미디어아트 등 빛을 이용한 작품을 전시하기에 적합한 어두운 공간을 말한다.

주로 두 가지 형태의 전시공간에서 작품과 관람객은 만나왔다. 하지만 현대미술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전시 공간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화이트 큐브와 블랙박스는 주로 실내에서 이뤄졌다면, 전시장 밖에서도 작품과 관람객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영국 런던의 현대미술관인 서펜타인 갤러리의 파빌리온은 세계적 건축가들에게 설계를 맡겨 그 앞마당에 짓는 한시적 건축물을 말한다. 20년간 건축실험의 장으로 자리매김하며 전시장의 장소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설치미술은 1960년대 미니멀리즘 이후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으며, 계속해서 현대미술의 영역 안에 등장해 왔다. 오늘날 현대미술관, 각종 비엔날레 전시장, 혹은 공공미술 영역에서 볼 수 있는 미술유형이다.

지난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설치미술가인 '장 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oniel)'의 특별전을 개최했다. 그중 덕수궁 연못에 작품을 설치하면서 큰 화제가 되었다. 설치미술은 관람객의 참여를 중심으로 관람객의 체험, 경험 등이 중요하게 부각되므로 장소성과의 관계가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예술가에게 작품을 표현하는 데 있어 전시공간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설치미술의 경우, 같은 작품이어도 공간이나 장소에 따라 설치방식이 변형되어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진다. 또한 다양한 변수가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에 사전답사와 시뮬레이션으로 공간에 대한 이해를 준비한다. 이러한 것들이 설치미술의 매력이다.

전시공간의 역사는 방대해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화이트 큐브에서 블랙박스, 파빌리온 그리고 자연과 우리의 일상 공간까지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그것은 결국 작가의 예술에 대한 철학과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관람객과의 공감과 소통을 위한 장치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원선금<시각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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