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만남] 한상웅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장 "가난 탓 만난 섬유, 뿌리산업 결실 큰 보람"

  • 이남영,박지현
  • |
  • 입력 2024-02-20 07:49  |  수정 2024-02-20 08:33  |  발행일 2024-02-20 제13면
70년대 첫발, 사업장 꿈 이뤄
꾸준한 연구 개발 품질 인정
韓패션칼라산업 수장 역할도
코로나·러-우크라 전쟁 고비
내달 열리는 'PID' 준비 만전

2024021901000536700021861
지난 15일 한상웅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장이 태권도 선수를 하다가 섬유산업에 뛰어든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12세 때부터 서른 살이 넘도록 태권도 선수로 살아온 내가 섬유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건 가난 때문이었어요."

지난달 1일부터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이하 대경섬산연) 회장을 맡게 된 한상웅 (72) 〈주〉한신특수가공 대표가 아득한 옛 기억을 반추했다. 빈손으로 시작해 한국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연합회장에 이어 대경섬산연 수장에 오르기까지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아왔음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한 회장은 경북 영주에서 태어났다. 국민학교시절 태권도 선수로 활동하다 성인이 되면서 대구로 거주지를 옮겼다. 30대 초반까지 대구경북 대표선수로 활약했지만 생계가 문제였다. 그는 큰 결심을 했다. 운동을 관두고 기술을 배워 새 인생을 시작하기로 한 것.

그는 "1970년대는 한창 우리나라가 일본 등 해외에서 섬유관련 기술과 지식을 익히던 때다. 진로를 고민하던 중 대구의 한 업체에 들어가 염색 기술을 배웠다. 그게 섬유 산업과의 첫 만남"이라고 했다.

섬유 회사에 다니며 다양한 기술을 습득한 그는 1995년, 마침내 자체 사업장을 갖게 됐다. 20여 년간 꿈을 향해 묵묵히 한 발씩 내디딘 결과였다. 당시 시장 조사를 하며 중동에서 한국 섬유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다. 남성복 위주 '감량 가공(Weight deduction)'한 섬유 등을 주요 제품군으로 꾸렸다.

이후 꾸준한 연구 개발로 품질을 인정받았다. 20년간 중동 판매 1위의 감량 가공 전문 업체로서의 위상도 갖게 됐다.

섬유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은 자연스레 그를 국내 섬유업계 리더로 올려놨다. 2017년 대구경북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았다. 지난해부터는 한국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연합회장으로 체급을 올렸다. 지역 섬유산업도 등한시할 수 없어 대경섬산연 회장직까지 맡고 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물어봤다. 그는 "코로나 때 섬유업계에선 수출에 제한이 생겨 어려움이 많았다"며 "작업물량이 확 줄면서 마음고생이 참 심했다. 겨우 극복하려는 찰나에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다. 그 여파로 지금도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에 대해선 "지난해 섬유업이 뿌리산업에 포함돼 정부 예산을 지원받게 됐다. 그간 다방면으로 노력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져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요즘은 다음 달 13일 열리는 '2024 대구국제섬유박람회(PID)'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했다. PID가 끝나도 내수마케팅(DMC)과 수출마케팅(KTC)을 세밀하게 관리하겠다고 했다. 한상웅 회장은 "대구는 전국 최고의 직물 생산지다. 국내 섬유산업이 흔들리지 않고 지역 섬유업계 종사자들도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다양한 묘안을 찾고 있다"며 "금리 지원 등 경제적 지원에만 그치지 말고, 계속 애정 어린 눈으로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남영 기자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박지현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