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은 어디에" 작년 대구도시철도 부정승차 적발 2천건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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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2 17:42  |  수정 2024-02-22 18:12  |  발행일 2024-02-23 제6면
일평균 5.74건, 전년 대비 19% 증가
교통카드 부정사용 48%, 무표도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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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구도시철도 부정 승차 적발이 2천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대구도시철도 2호선 죽전역 대합실의 모습. 대구교통공사 제공.

대구에 사는 30대 남성 A씨는 지난해 초 아깝게만 느껴지는 출·퇴근 비용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서랍 속 잠들어 있는 부친의 노인 우대용 카드를 떠올렸다. 만 65세 이상·장애인 등에게 주어지는 우대용 카드를 내면 도시철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닿은 것. 

 

그는 출·퇴근 시간대 만원 역사에서는 단속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노렸다. '딱 한 번만'이라는 마음으로 시작된 A씨의 부정 승차는 한 달여간 이어졌다. A씨의 비양심 행위는 이를 수상하게 여긴 역 직원이 카드 사용 시간 및 CCTV 등을 돌려보면서 막을 내렸다. 한 달여간 35차례에 걸쳐 부정 승차를 한 A씨는 운임을 포함해 운임의 30배까지 모두 140만 원을 납부해야 했다.


지난해 대구도시철도에서 부정 승차 적발이 2천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교통공사는 부정 승차를 도시철도 이용 환경을 저해하는 질서 교란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단속할 방침이다.


22일 대구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철도 1·2·3호선에서 총 2천84건의 부정 승차가 적발됐다. 하루 평균 5.74건 꼴이다. 적발되지 않은 것까지 더하면 실제 부정 승차는 이보다 5배 이상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교통공사는 지난해 부정 승차를 막고자 우대권 통용 시간을 당일에서 2시간으로 줄이고, 동일 역사 우대권 재발급 시간도 20분에서 30분으로 제한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그럼에도 부정 승차 적발은 전년(1천757건)보다 19%(327건)나 늘어나 애쓴 노력은 빛을 바랬다.

유형별로는 교통카드 부정 사용이 991건으로 전체의 48%를 차지했다. 이 중 다자녀 가정에 무임 혜택을 주는 '아이조아카드' 부정 사용이 702건(71%)에 달해 단속 및 개선이 요구됐다.

이어 성인이 청소년 요금을 내거나, 청소년이 어린이용 요금을 내는 할인권 부정 사용이 680건(32%), A씨의 사례와 같은 우대권 부정 사용이 37건(2%)이었다. 아예 표를 내지 않고 탑승한 무단 승차도 376건(18%)이나 됐다.

교통공사는 상습 부정 승차를 막기 위해 이전 부정 승차 건에 대해서도 교통카드 사용 이력 및 CCTV 녹화자료 등을 확인해 부정 승차 횟수만큼의 부가 운임을 소급 징수하고 있다. 이에 더해 교통카드 상습 부정 승차자는 해당 카드사에 사용 중지를 요청하는 등 강력 대응할 계획이다. 또 동종기관과 공동 대응으로 부가 운임을 기존 30배에서 50배로 상향하는 방안을 국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김기혁 대구교통공사 사장은 "부정 승차를 근절해 이로 인한 수입금 누수를 방지하고, 정당한 이용자가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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