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학교운영위원장 선출을 둘러싼 갈등

  • 석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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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07 07:02  |  수정 2024-03-07 07:03  |  발행일 2024-03-07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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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현철기자〈경북부〉

최근 학교 자율화 확대 등 단위학교 중심의 교육정책이 추진됨에 따라 단위학교 책임경영 체제의 기틀을 마련하는 제도 중 학교운영위원회 역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학교운영위원회는 1995년 후반기 시범학교 운영을 시작으로 1996년에는 시 지역 이상의 국·공립학교에서부터 시작됐다. 2000학년도부터 모든 사립 초·중·고교에도 설치가 의무화돼 명실공히 단위학교 차원의 자치기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 지역사회의 요구를 학교 교육에 적극 반영해 학교 운영에 대한 정책 결정의 민주성·합리성·투명성을 높이고, 학교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강화하는 제도다. 개별학교의 실정과 특색에 맞게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터전을 제공하고 있다.

이 중 초·중교 학교운영위원회는 학부모와 교사 간 이해관계가 적기에 학교 운영의 자율성 부족,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다양한 요구나 의견 반영 통로 부재 등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제도로서의 본래 기능이 나름 잘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고교 학교운영위원회는 '대입'과 직결되면서 '내 자식 챙기기'의 수단이 되거나 학교의 독단에 따라 운영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최근 경북 성주군 A고교에서 학교 운영위원장 선출을 둘러싸고 파열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운영위원장으로 물망에 오른 B 학부모 위원이 학교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이 학교 교장은 B씨가 운영위원장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깜깜이로 내세운 지역위원에게 운영위원장 직을 맡기려 했다 여의치 않자 직전 운영위원장에 한 번 더 운영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권고한 것이다. 결국 학교장과 학부모 위원 간 감정싸움에 이어져 학교 위원들 간 세력다툼 양상으로 번지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학교장은 구성원의 참여와 합의에 따른 의사결정을 유도하는 민주적 지도력을 발휘해야 하며, 교사들은 교육 활동에 있어 학부모들의 상식적 견해에 더해 전문적 식견을 제시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학부모들도 '내 자식만을 위해'가 아닌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라는 자세로, 지역 인사들은 교육 문제는 학교만의 문제라는 인식이 아닌 우리 지역의 발전과 지역 구심체 구축을 위한다는 자세가 요구된다.

학교 현장에서만큼은 정치권과는 차별화된 조속한 해결을 기대해 본다.
석현철기자〈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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