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프리터族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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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19 06:57  |  수정 2024-03-19 06:58  |  발행일 2024-03-19 제23면

일본의 버블경제가 붕괴되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초반부터였다. 장기간 이어진 극심한 불황에 고용시장도 유례없는 '빙하기'를 맞았다. 정규직 취업문은 그야말로 바늘구멍이었다. 그즈음부터 직장 없이 아르바이트로만 생계를 해결하는 일본 청년들이 급증했다. 그들은 '프리터족(族)'으로 불렸다. 자유를 뜻하는 영어 '프리(free)'와 노동자라는 뜻의 '아르바이터(arbeiter)'를 합성한 신조어다. 단지 아르바이트뿐만 아니라 계약사원, 파트타이머 등도 프리터족에 속한다. 근래 들어 일본 경제가 회복돼 고용시장이 좋아졌음에도 프리터족은 되레 증가 추세다.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게 그 이유다. 돈을 덜 벌더라도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

프리터족은 우리나라에서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 파트타임 근로자(주 30시간 미만 근로) 수는 2019년 52만명에서 4년 만에 10만명 이상 늘었다. 특히 15~29세 청년 취업자 25%가 단기 아르바이트이며, 이 중 절반은 학업을 마친 상태였다. 이처럼 파트타임 근로가 확산된 건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고용시장이 더욱 악화된 탓이다. 둘째는 청년들의 가치관이 돈보다 삶의 만족을 원하는 방향으로 변한 것이다.

자발적 프리터족은 "한 번뿐인 인생 즐겁게 살자"는 '욜로(You Only Live Once)'족과 결이 비슷하다. 이런 삶의 방식은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미래가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100세 시대의 고령기 빈곤과 고립은 개인을 넘어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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