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배정] 전공의 꿈적않고 교수들 집단 사직 예고 강경 투쟁…정부 대응은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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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0 19:08  |  수정 2024-03-20 19:42  |  발행일 2024-03-21
의대협 "국민 우롱하고 의료계 망치지 말아달라" 반발
대한의학회·26개 전문학회 "정부는 모든 조치 철회하고 대화·협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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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해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한지 이틀째인 21일 대구 남구 한 대학병원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있다. 영남일보DB
정부가 20일 전격적으로 의대 정원 배분을 발표하자, 의료계의 반발은 한층 더 거세지고 있다.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은 한 달 넘게 정부와의 대화도 거부한 채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선 의대 교수들도 집단 사직을 예고하며 강경 투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반발 속 대책 논의
의료계 단체들은 이날 정부의 일반적인 정책 강행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전국 40개 의대 학생 대표로 구성된 대한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 미래 대한민국 의료를 망치는 정부의 정책 강행을 규탄한다"고 반발했다. 이어 "어느 의료 선진국에서도 의대 정원 추계 가구의 세밀한 조절이나 의료계와 합의 없이 의대 증원을 확정하는 나라는 없었다"며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정부의 입맛대로 법을 해석해 적용하는 초헌법적 조치는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원 규모에 대해 의대협은 "정책 강행은 겁박으로 의료계를 억압하고 이로 인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수작으로, 국민 건강과 의료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습을 단 하나라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대한의학회와 26개 전문과목학회도 이날 "정부가 의대 증원의 근거로 제시한 세 보고서의 저자들은 한목소리로 2천명 증원에 반대했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배분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그동안 거짓말에 대해 사죄하고 지금이라도 의료계와 합리적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회는 의협 간부에 대한 경찰 조사와 3개월 면허정지 처분에 대해서도 "정부는 의대 학생들이 다시 돌아올 다리를 불태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정부의 극단적인 조치는 필수 의료에 헌신하는 전공의들을 병원에서 내쫓는 것"이라고 했다.


연세의대 교수들도 입장문을 내고 "의대 학생 정원 2천 명 증원배정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연세대 의대와 세브란스 병원, 강남세브란스 병원, 용인세브란스 병원 교수들은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자랑스러운 한국 의료가 침몰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 제출 시한을 오는 25일로 잡고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있으며,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시작한 차기회장 선거가 끝나면 집단 휴원이나 주말·휴일 단축 진료 같은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 의과대학 교수 단체와 전공의 단체, 의대생 단체, 대한의사협회 등 4개 의사단체는 20일 오후 처음으로 온라인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정부는 의사들에 대표성 있는 협상단체를 구성해달라 요구했으며, 그동안 각개로 목소리를 내던 의사 단체들이 온라인을 통해 소통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조윤정 의과대 교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4개 단체가 협의하면서 정부와 마음을 터놓고 함께 머리를 맞대서 현명한 해결책을 찾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채찍과 당근 투트랙 전략
의대 증원을 확정한 정부는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복귀를 압박하기 위해 면허정지 처분이라는 '채찍'과 근무여건 개선이라는 '당근'을 함께 사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19일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등 1천308명에 대해 소속 수련병원에 복귀하라는 업무 개시 명령을 내렸다. '3개월 면허정지'를 내용으로 하는 행정처분 사전통지 절차를 마무리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대형병원의 과도한 전공의 의존 탈피와 전공의들의 장시간 근무를 단축하는 방안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지난 8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에게 매달 100만원씩 수련비용을 지원하고, 분만·응급 등 다른 필수 의료 과목 전공의들로 지원 대상을 넓히기로 한 데 이어, 36시간인 전공의 연속근무 시간과 80시간인 주 최대 근무시간 단축을 추진한다.


하지만,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전략에 크게 동요하는 움직임은 당장 나오지 않고 있다.


박단 전공의협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기저기 흩날리는 말은 많지만 전공의와 학생은 조용하다"고 썼다. 이미 면허정지나 군 입대를 각오한 경우가 많은 만큼, 정부가 증원 규모를 확정한 것 자체만으로 무더기로 병원에 발길을 돌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구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 면허라는 '국가 면허'가 갖는 힘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큰 상황"이라며 "정부가 획기적인 당근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전공의들이 뜻을 쉽게 굽히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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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기자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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