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젊은 사람도 시장 좋아합니다

  •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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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4 06:53  |  수정 2024-04-04 06:56  |  발행일 2024-04-04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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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기자〈사회부〉

'거기도 야시장이 있냐.'

어렸을 적 필리핀에서 자란 탓에 그곳을 방문하는 친구마다 물었다. 태국과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TV 프로그램을 많이 본 탓인지 그들은 필리핀에도 당연히 야시장이 활성화됐을 거로 생각했다. 아쉽게도 필리핀의 야시장 문화는 그리 유명하지 않다.

지난해 말 대구의 한 전통시장 상인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서 젊은 세대로 통하는 나이는 40대 초반이다. 평균 나이의 상인들은 주로 60~70대다. 이들 상인은 청년들이 마트를 더 선호하고, 마트와의 경쟁에서 밀린 전통시장은 이미 '시장 경제'에서 뒤처졌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젊은 세대로 통하는 한 상인이 다른 주장을 했다. 답답해하던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닭 다리 구이 장사를 하는 그는 "청년들은 직장을 다니니 저녁 시간에만 시장에 올 수 있다. 근데 우리 시장은 해가 지기도 전에 모두 철수하는데 무슨 수로 청년들이 찾겠냐"고 했다.

최근 대구시와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에서 기능을 상실한 시장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남구 광덕시장에 청년복합문화센터를 조성했다.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폐쇄 직전의 시장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바로 운영 시간이다. 당초 계획은 '감성 포차' 등 저녁 시간대에 어울리는 콘텐츠를 운영해 청년을 모으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장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소음 민원을 제기했고, 결국 운영 시간은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로 변경됐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 청년들이 찾지 않는 시간에 운영된다는 아쉬움이 생겼다.

대구시는 지역의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청년이 찾는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구 관문상가시장과 달서구 월배시장은 올해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돼 10억원씩 지원금을 받는다. 이들 시장은 관광지화를 목표로 특산품 개발, 내부 시설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다.

때로는 '문화의 변화'가 문제의 해결 방법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그렇다. 그중 고령화는 전통시장 안에서도 극심하게 나타났다. 전통시장의 고령화를 막기 위해선 우선 운영 시간부터 청년 친화적인 시간대를 포함해야 한다.

현재 대구에는 서문·칠성 야시장이 있지만, 따로 '셀러'를 모집해서 운영돼 기존 전통시장과는 별개인 형태다. 기존 전통시장이 운영 시간을 점차 늘리면 또 다른 야시장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로 다음에 대구를 찾은 친구가 내게 물으면 이렇게 답할 수 있으면 좋겠다. "대구에는 야시장이 있다."
박영민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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