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 정치권 무관심 유권자 '셀프고립' 사슬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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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12 06:54  |  수정 2024-04-12 10:06  |  발행일 2024-04-12 제1면
TK, 총선 민심에서 길을 찾다 (1)
여소야대 지속에 정치 영향력 약화
다양성·이슈 실종 속 묻지마 공천
대안 못찾은 시민 상당수 투표 포기

대구경북(TK) 민심은 '변함없는 보수정당' 지지였다. 맹목적인 지지는 21대 총선보다 심화됐다.

TK를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힘은 22대 총선에서 비례 위성정당 국민의미래를 합쳐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개헌 저지선(100석)을 간신히 사수한 것으로, 기록적인 참패를 두 번 연속 당했다.

하지만 TK에서 국민의힘은 25개 선거구 모두를 차지했다. 거센 '정권 심판론'으로 야권의 압승으로 끝난 전체 선거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보수 정당을 향한 비례대표 TK의 득표율(미래한국당→국민의미래)은 대구와 경북 모두 지난 총선과 비교해 4~5%가 올랐다.

TK는 '보수의 텃밭'이라는 공식은 재확인했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만만찮다.

일단 정치적 무관심이 짙어졌다. 총선판에서 증오와 혐오의 언어가 난무한 데다 국민의힘 공천에 대한 실망이 영향을 미쳤다.

국민의힘 후보들도 존재감이 없었다. TK 선거의 이슈는 사라졌고, 후보들의 선거 활동은 제한적이었다. '역대급 조용한 선거'가 진행됐다. 실제 유권자들은 출·퇴근 인사 외에 거리에서 유세차나 앰프가 켜진 곳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말한다. 정부와 여당의 실책이나 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도 TK 후보들은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수도권, 부산·경남(PK) '낙동강 벨트'의 역동적인 모습과 비교됐다. 윤석열 정부를 만든 주역이면서도 '의정 갈등'이나 '당정 갈등'에서 전혀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TK 유권자들은 투표할 맛을 잃었다. 낮은 투표율이 말해준다. 대구의 투표율은 64%로 제주(62.2%)와 함께 전국 최하위권이다. 경북도 65.1%로 전국 평균 67%보다 낮았다. 전국적으로 32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에도 대구와 경북은 오히려 지난 21대 총선보다 떨어졌다.

'깃발만 꽂아도 당선'되는 기류도 한몫을 했다. 국민의힘은 공천 막판 국민추천제라는 미명 아래 낙하산 공천을 시행했다. 'TK를 무시했다'는 지적에도 국민의힘 후보들은 이상 없이 당선됐다. 결국 TK 유권자 상당수가 투표를 포기함으로써 국민의힘에 실망과 함께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다양성이 사라지면서 무기력한 TK 정치권은 '정치적 갈라파고스(고립)'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TK는 지난번 21대 총선에선 무소속 1명(홍준표 후보)을 당선시키며 공천 문제에 회초리를 들었다. 20대 총선 역시 민주당 1명·무소속 3명으로 '무조건적 특정 정당 지지가 아닌 후보자를 보고 뽑는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정치적 다양성도 일부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도루묵'이 됐다. 지난 21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야권은 1석도 건지지 못했다. 김부겸 전 의원 등의 거물 야권 인사도 없었고, 경북 일부에선 후보도 내지 못했다. 22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범야권의 무게감이 커졌지만, TK 출신 주자는 눈에 띄지 않는다. 여야에 상관없이 정치력 약화가 불을 보듯 뻔하다. TK 정치권의 한 인사는 "여당이 사실상 TK를 '잡은 고기' 취급했지만, TK 유권자도 딱히 대안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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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기자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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