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좋은 곡을 쓰려면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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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18 07:44  |  수정 2024-04-18 08:06  |  발행일 2024-04-18 제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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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자현<작곡가>

작곡 전 늘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좋은 곡을 쓸까? 과연 어떤 곡이 좋은 곡일까?

작곡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시작된다. 단체나 개인의 의뢰를 통해 작곡하는 경우 그리고 자발적으로 작곡가 스스로가 곡을 쓰는 경우이다.

단체나 개인이 곡을 의뢰할 때도 특정한 주제가 없는 경우 작곡가가 전체 콘셉트만 듣고 주제를 정해서 작곡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주제와 악기편성이 정해진 상태로 곡을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춘 곡을 쓰게 되는 경우도 많으므로 작곡가 자신이 원하는 곡을 쓸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작곡 전 늘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좋은 곡을 쓸까? 과연 어떤 곡이 좋은 곡일까? 나 혼자만 오롯이 나만의 만족을 위해 곡을 쓰면 좋아해 주는 사람이 생기는 걸까? 아니면 무조건 대중의 시선과 관심에 초점을 맞추어 곡을 만들어야 할까? 늘 고민하는 부분이고 제자들도 많이 질문하는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절충점을 찾아야 하겠지만 늘 어렵다.

음악은 공감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듣지 않는 음악은 의미가 없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에게만 사랑받는다고 나쁜 음악이라고 말할 수가 있을까. 때로는 그런 음악 중에서도 명곡이 존재한다. 또 시대를 뛰어넘어 오랜 시간이 지나 빛을 발하는 많은 음악이 존재한다.

그래서 작곡 전 얼마만큼 나의 고집을 부릴까, 내 주장을 얼마만큼 내세울까 하는 고민을 늘 한다. 듣기에 달콤하고 아름답지 않지만, 묘사적으로 훌륭해서 듣게 되는 음악, 선율적으로 아름답지 않지만 웅장한 음향적인 사운드로 압도하는 곡도 있다.

나의 음악적 색깔을 최대한 살리면서 대중도 좋아할 만한 그런 음악을 만드는 것이 좋은 작곡가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모든 작곡가의 고민이 아닐까 싶다.

배우들처럼 다양한 인생을 경험하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나의 경우는 주로 책을 통해 그런 간접경험을 하며 도움을 얻는다.

음악을 듣다 보면 '아! 이건 누구 작곡가의 곡 같아' 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특징이 있는 작곡가들, 바로 좋은 곡을 쓰는 작곡가들인 것 같다. 곡의 주제가 바뀌어도 늘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며 곡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소수의 사람이라도 나의 곡을 알아봐 주고 사랑해주는 것이 작곡하면서 너무나도 큰 힘이 될 때가 많다. 좋은 작곡가란 대중과 소통하면서 자신의 음악적 사상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오늘도 좋은 음악으로 대중에게 기쁨을 주는 많은 작곡가의 노력에 응원을 보낸다.
류자현<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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