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 많은 이익 창출…지역에 저리대출 늘릴 것"

  • 최수경
  • |
  • 입력 2024-05-20  |  수정 2024-05-20 07:47  |  발행일 2024-05-20 제1면
황병우 DGB금융그룹 회장

시중銀 역할 5개 키워드 강조

수도권서 많은 이익 창출…지역에 저리대출 늘릴 것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서 황병우(57·사진) DGB금융그룹 회장(은행장 겸직)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황 회장은 만감이 교차한 듯 자신의 소회를 5개 키워드로 압축했다. △수도권-지방 새로운 환류(還流) △성공 모델 창출 △하이브리드(Hybrid) 기반 니치마케팅 △자본 확충 △새 비전 확보가 그것이다. 19일 영남일보 국제 하프마라톤대회 내빈으로 대구스타디움을 찾은 황 회장을 만났다.

황 회장은 수도권-지방 간 새로운 환류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예전엔 TK지역 내 자본이 부족해 자금의 역외 유출을 막는 '역내 환류'에 치중했다. 그땐 그게 지역은행 역할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제 상황이 변했다. 수도권에 자본이 집중되다 보니 양극화 문제가 심화됐다. 수도권에 몰린 돈을 지역에 가져와야 한다. 대구은행이 그 중차대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자본금 확충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 지역민에게 더 잘해야 한다. 그러려면 충분한 대출여력을 확보해 저리로 공급해야 한다. 이익을 많이 내서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방법은 명확하다"며 "수도권에서 이익(잉여금)을 많이 창출해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을 늘리면 된다"고 했다.

'성공모델'을 만들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간절해 보였다. 대구은행이 지역(대구)에 본점을 둔 유일한 시중은행이란 점을 거듭 강조했다.

"지역에서 기업을 키워놓으면 상당수 서울로 본사를 옮기는 상황이다. 대구은행이 잘되면 수도권 기업도 대구서 성공할 수 있겠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했다.

대구에 본점을 뒀던 시중은행인 대동은행(1989~1998년)이 조기폐점한 건 탄탄한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영업망을 확장한 탓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다르다. 57년간 지역과 끈끈한 네트워크를 다져왔다. 지금도 수도권뿐 아니라 대전, 부·울·경에 영업망이 있다. 영업망 전국화에 그만큼 리스크가 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오프라인의 장점만 흡수해 적용하는 '하이브리드 금융'을 비장의 무기로 제시했다.

거점 핵심점포를 두고, 비대면 업무 기반의 디지털 금융상품을 강화하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여기에 이른바 '찾아가는 기업금융'을 표방하는 '기업영업지점장(PRM)제도'를 적극 활용하면 '금융권 메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기존 시중은행이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중소기업·소상공인·중저신용자를 겨냥한 '니치 마케팅'에 집중하겠다는 것. 이를 토대로 강원도 원주에 첫 거점점포를 둔 뒤엔 호남권을 조준할 생각이다.

새 비전 장착의 계기가 마련된 것에도 의미가 크다고 했다.

황 회장은 "오랜 기간 지역은행으로 있으면 직원도 타성에 많이 젖을 수 있다. 시중은행 전환은 새 비전, 제2의 창업과 연계시킬 모멘텀이 된다"며 "큰 그릇이 마련됐으니 이제 채우는 일만 남았다. 비전 제시는 분명 임직원에게 자부심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최수경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