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편집국 부국장 |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는 이들 대부분이 찾은 대표 관광 명소 중 하나는 에펠탑이다. 에펠탑은 파리를 넘어 프랑스 상징이 됐다. 그렇다면 에펠탑이 프랑스인에게 늘 사랑을 받았던 것일까. 아니다. 1889년 건축가 알렉상드르 귀스타브 에펠이 만든 이 철탑은 한때 파리의 애물단지였다. 거대한 건물이 잘 없던 그 시절, 높이 300m의 에펠탑은 말 그대로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비쩍 말라 뼈대만 남은 피라미드" "예술 도시 파리 미관을 망치는 흉물" 등의 비판에 "저거 무너지면 사람 다 죽는다"는 공포까지 더해져 철거하라는 항의가 빗발쳤다.
최근 대구 달서구의 거대 원시인 조형물이 '이만옹(二萬翁)'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에펠탑이 문득 떠올랐다. 세계적인 광고제작자 이제석씨가 2018년 선사시대 유물이 많은 달서구의 랜드마크로 이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색적인 디자인과 큰 규모 때문에 주변 시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으며 흉물로 여겨졌다.
이에 대한 달서구의 대처가 빛났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이 조형물을 활용한 다양한 퍼포먼스가 시민 인식을 바꿨다. 마스크 착용 독려를 위해 조형물에 거대한 마스크를 씌우는가 하면, 크리스마스 때는 산타 모자를 씌우는 등을 통해 시민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갔다. 이에 힘입어 달서구는 최근 정식 명칭공모전을 통해 달서구 2만년 역사적 가치를 의미하는 '이만'과 존경 등을 내포한 '옹'을 합친 이만옹이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최근 지역민에게 볼거리 제공, 관광자원으로 활용 등을 위해 공공조형물 설치가 급증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지자체는 관광자원으로 활용 가치가 높다고 하지만, 주민 공감을 얻지 못하고 없는 게 오히려 낫다는 비판까지 받는다. 아예 철거되는 조형물도 많다. 포항시에 있었던 꽁치 꼬리 모양 조형물이 대표적이다. 공공조형물 조성에 큰 비용이 투자되다 보니 시민은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물론 공공조형물은 도시 품격과 이미지를 높이고 관광객 유치 측면에서도 요긴하다. 포항의 '스페이스 워크'가 이를 확인해 준다. 국내 최대 체험형 조형물로 지어져 화제를 모았던 스페이스 워크는 방문객 입소문으로 개장 2년 만인 2023년 10월 200만명의 방문객 수를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랜드마크가 됐다.
그렇다면 어떤 조형물을 설치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이른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디자인 트렌드를 보여주는 핫 플레이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도 초창기엔 독특한 외형 때문에 논란이 됐지만 2015년 뉴욕타임스가 꼽은 '꼭 가봐야 할 명소 52'에 선정되는 등 전 세계인이 가고 싶어하는 서울, 나아가 한국의 명소가 됐다. 이 지점에서 짚어야 할 게 있다. 가치 있는 조형물을 설치하는 혜안은 물론 설치된 조형물에 대한 지자체 등 관리자의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논란이 됐던 DDP가 시민에게 빠르게 인지된 것은 개관 초부터 열린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패션쇼, 유명작가의 전시 등이 큰 영향을 끼쳤다. 미국 자유의 여신상, 스페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도 초창기에는 논란의 대상이 됐지만 지금은 그 도시, 나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논란을 극복하고 명물이 되기까지의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만옹, DDP에서 보듯 공공조형물은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시민에게 다가가는 그리고 예술의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작품에 대한 시민들의 사랑과 이해도 더해져야 한다.
김수영 편집국 부국장
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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