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개발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무리 우수하고 혁신적이더라도 대중화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론칭 초기에 반짝 인기를 끈 후 주류 시장에 진입하기까지 겪는 과도기적 침체기를 '캐즘(Chasm)'이라고 한다. 본래 캐즘은 지층에 균열이 생기면서 단절되는 것을 뜻하는 지질학 용어지만 1990년대부터 첨단산업 분야 스타트업 성장 과정을 설명하는 경제용어로 통용되고 있다. 캐즘은 스타트업의 생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시험대다. 시대를 너무 앞서나갔거나 가성비가 떨어져 캐즘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한 제품들이 적지 않았다. '구글 글래스'도 그랬다. 2012년 출시 때만 해도 안경 형태의 웨어러블 컴퓨터로 주목받았지만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와 비싼 가격 탓에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캐즘을 극복한 경우도 많다. MP3 플레이어가 고전적인 사례로 꼽힌다. 1980년대 말 선보였을 땐 카세트테이프와 CD 플레이어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지만 인터넷이 보급되고 음원 다운로드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애플 아이폰, 넷플릭스 등도 캐즘의 벽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전기차 산업은 아직까지 캐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2차전지 등 부품업계의 성장도 주춤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캐즘이 일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어차피 대세는 전기차라는 것.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신규 투자 적기라고들 한다. 하지만 위험 요인도 있다. 미국 대선이 변수다. 트럼프는 바이든의 전기차 육성 정책 폐지를 공언했다. 만약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전기차 캐즘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도 있겠다.
허석윤 논설위원
캐즘을 극복한 경우도 많다. MP3 플레이어가 고전적인 사례로 꼽힌다. 1980년대 말 선보였을 땐 카세트테이프와 CD 플레이어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지만 인터넷이 보급되고 음원 다운로드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애플 아이폰, 넷플릭스 등도 캐즘의 벽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전기차 산업은 아직까지 캐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2차전지 등 부품업계의 성장도 주춤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캐즘이 일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어차피 대세는 전기차라는 것.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신규 투자 적기라고들 한다. 하지만 위험 요인도 있다. 미국 대선이 변수다. 트럼프는 바이든의 전기차 육성 정책 폐지를 공언했다. 만약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전기차 캐즘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도 있겠다.
허석윤 논설위원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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