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매출 떨어져 한계 상황…'나홀로 경영' 강요하는 꼴"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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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7-15  |  수정 2024-07-15 07:32  |  발행일 2024-07-15 제3면
대구 소상공인·자영업자 '한숨만'

"주휴수당·4대보험 포함땐

실제 인건비 훨씬 더 많아

야간 알바생 고용 못할 처지

진짜문제는 배달료·수수료"

이미 매출 떨어져 한계 상황…나홀로 경영 강요하는 꼴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1.7%(170원) 인상한 1만30원으로 결정됐다. 이에 대구지역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영남일보 DB〉

"지금도 인건비가 만만치 않은데, 어떻게 감당할지 막막하네요."

최저임금이 1만30원으로 결정된 지난 12일. 대구 북구 학정동 경북대병원 인근 한 커피숍에서 만난 30대 점주 이모씨는 "요즘 매출도 잘 안 나오는데, 인건비까지 오르면 아르바이트생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자들에겐 도움 되겠지만, 우리 같은 소규모 자영업자에겐 큰 부담"이라고 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대비 1.7%(170원) 인상한 1만30원으로 결정했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 첫 시행 이후 37년 만에 처음으로 1만원을 넘겼다. '최저임금 1만원대' 돌파는 앞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크게 옥죌 것으로 보인다.

북구 읍내동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주휴수당과 4대 보험 등을 합치면 실제 인건비는 훨씬 더 많다"며 "단순 인상률만 볼 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전체 급여를 올려줘야 해 너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하는 편의점업계도 걱정이 태산이다. 수성구 황금동에서 10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선웅(63)씨는 1만원대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한숨만 내쉬었다. 그는 "170원 인상이 중요한 게 아니다. 1만원을 넘겼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라며 "야간 근무는 알바생 대신 막내아들에게 부탁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인근의 또 다른 편의점 업주의 심정도 매한가지다. 그는 "지금도 알바생을 줄이고 내가 직접 하루 13시간을 일한다. 차라리 월급쟁이를 하고 싶은데 본사와 계약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망연자실했다.

일각에선 최저임금 1.7% 인상을 두고 '선방했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지역 소상공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물가상승률에 비교하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글들이 많았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이번 협상에서 제시한 최저임금은 시간당 각각 1만120원과 1만30원이었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의 한 회원은 "솔직히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 것 같다. 진짜 문제는 배달료와 수수료"라며 "1만원짜리 돈가스 하나 팔면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가 수수료와 배달료로 3천원 이상 가져간다. 정말 남는 게 없다"는 글을 남겼다. 많은 이들이 이 글에 공감했다.

신호범 음식업중앙회 대구시지회 처장은 "많은 자영업자가 지금도 버티기 힘들어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분명 앞으로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상공인연합회는 "국내 사업체의 95%가 넘는 소상공인들은 이미 매출 저하 등으로 지불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의 현실을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다. 결국 '나홀로 경영'을 강요하는 꼴"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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