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다국적 기업의 홍콩지사가 딥페이크 사기술에 속아 2억 홍콩달러(약 340억원)를 편취당한 황당한 사건이 있었다. 그 수법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교묘했다. 피해 직원은 화상 회의에서 만난 영국 본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부터 '긴급 기밀 거래'에 관한 메시지를 받았다. 그도 처음엔 의심했으나 CFO와 고위 임원들이 회의하는 것처럼 만든 딥페이크 영상을 본 뒤 진짜라고 믿었다. 이후 그 직원은 가짜 CFO의 지시에 따라 홍콩 은행 계좌 5곳에 총 15번에 걸쳐 거액을 송금했다. 사건 발생 6개월이 지났지만 범인의 행적은 오리무중이다.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디지털 범죄가 날로 진화하고 있다. 금융 사기만 심각한 게 아니다. 유명인이나 정치인의 얼굴과 목소리를 짜깁기한 가짜 동영상도 범람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개인의 명예 훼손은 물론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고 있다. 설상가상 딥페이크는 일반인의 영역까지 확장돼 성범죄 도구가 되고 있다. 지인이나 유명 여성의 얼굴을 합성해 음란물로 제작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 중에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 심지어 최근에는 남자 중학생들이 여교사와 또래 여중생의 딥페이크 음란물을 만들었다가 처벌받기도 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딥페이크 기술 자체가 나쁜 게 아니다. 교육,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용도로 쓰일 수 있다. 문제는 역시 사람에게 있다. 같은 칼이라도 요리사와 강도는 전혀 다른 용도로 쓴다. 딥페이크가 우리 사회를 해치는 '흉기'가 되지 않도록 다각도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허석윤 논설위원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디지털 범죄가 날로 진화하고 있다. 금융 사기만 심각한 게 아니다. 유명인이나 정치인의 얼굴과 목소리를 짜깁기한 가짜 동영상도 범람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개인의 명예 훼손은 물론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고 있다. 설상가상 딥페이크는 일반인의 영역까지 확장돼 성범죄 도구가 되고 있다. 지인이나 유명 여성의 얼굴을 합성해 음란물로 제작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 중에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 심지어 최근에는 남자 중학생들이 여교사와 또래 여중생의 딥페이크 음란물을 만들었다가 처벌받기도 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딥페이크 기술 자체가 나쁜 게 아니다. 교육,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용도로 쓰일 수 있다. 문제는 역시 사람에게 있다. 같은 칼이라도 요리사와 강도는 전혀 다른 용도로 쓴다. 딥페이크가 우리 사회를 해치는 '흉기'가 되지 않도록 다각도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허석윤 논설위원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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