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의 경전 사서삼경 중 하나인 시경(詩經)에 '상체지화'라는 구절이 있다. 산앵두나무의 꽃이라는 뜻으로 형제가 많은 집안 또는 우애 좋은 형제를 가리키는 말이다.
여기에서 이름을 따 만들어진 정자가 경북 안동시 풍산읍에 있는 체화정<사진>이다. 조선 후기 학자인 이민적이 1761년에 지은 정자로 그의 큰형 이민정과 함께 이곳에서 지내며 형제간의 우애를 다졌다고 한다. 2019년 12월30일 보물 제2051호로 지정됐다.
'체화정' 현판은 사도세자의 스승이던 안동 출신의 학자 유정원이 썼고, 정자 안에 걸린 '담락재' 현판은 조선 최고의 서화가 중 한 명인 김홍도의 글씨다.
체화정 앞에는 네모난 연못이 있고 가운데는 세 개의 둥근 섬이 있다. 우주는 네모나고 땅은 둥글다는 동아시아의 전통 우주론을 나타낸 것이며 세 개의 섬은 중국의 삼신산인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을 표현한 것이다.
여름이면 체화정 주변으로 배롱나무가 붉은 꽃망울을 터뜨린다. 7월경에 꽃이 피기 시작해 100일가량 꽃이 피어 있어 백일홍이라 불리기도 한다. 부드러운 외피를 가져 껍질을 벗겨낸 것 같은 모습으로 인해, 숨김없이 떳떳함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또 여름 내내 붉은 모습을 유지해 변치 않는 절개를 상징, 선비들의 사랑을 받았다. 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피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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