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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석윤 논설위원 |
바야흐로 인공지능(AI) 시대다. 생성형 AI인 챗GPT가 등장한지 2년도 안됐지만 세상은 너무나 달라졌다. AI혁명의 들뜬 열기가 지구촌을 휘감는 중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AI혁명의 속도가 말이 안되게 빠르다. 하루가 멀다하고 신기술과 신제품이 쏟아져 나와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전 세계 돈을 끌어모아 AI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현재 애플의 시가총액이 3조 달러가 넘는다.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지만 AI 신제품을 내놓으며 단숨에 미국 주식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애플의 시총을 한화로 환산하면 올해 우리나라 예산(656조원)의 6배 규모다. 이 뿐만이 아니다. 미국에는 애플에 버금가는 빅테크들이 여럿 있다. 웬만한 국가를 압도하는 AI제국들의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만하다.
생성형 AI 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했을까. 최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휴머노이드 로봇 시연회가 그 일면을 보여준다. 챗GPT를 탑재한 로봇은 사람과 실시간으로 대화하면서 요구받은 일을 척척 수행했다. 진행자가 "무엇이 보이느냐?"고 묻자 로봇은 "테이블에 놓인 접시 위에 빨간 사과가 있고, 건조대가 있고, 당신은 테이블에 손을 얹고 서 있다"고 답했다. 이어 진행자가 "먹을 만할 걸 달라"고 하자 사과를 집어 건넸다. 로봇이 주변 상황과 물체를 정확히 인식하고 추론까지 한 것이다. 이쯤되면 인간과 별 차이가 없다. 빌 게이츠는 5년 내에 AI 개인 비서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틀렸다. 그보다 훨씬 앞당겨질 게 분명하다.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같은 만능 AI가 현실에 등장하는 건 시간문제다. 자비스를 탑재한 로봇이 비서 노릇만 하라는 법은 없다. 공장에서 훌륭한 일꾼이 되거나 군대에서 무시무시한 터미네이터가 될 수도 있다.
요즘 AI들이 펼치는 기술의 향연은 경이로움을 넘어 섬뜩하다. 마치 마법같아서 AI가 스스로 진화하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그렇다고 AI 마법에 감탄한 하고 있을때가 아니다. 디지털 유토피아에 대한 기대 못지않게 걱정거리도 많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AI가 인류를 멸망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 수많은 업계 전문가 뿐 아니라 심지어 AI 개발자들까지 경고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평범한 축에 속하는 사람이라면 크게 신경쓸 일이 아니다. '종말론'은 으레 과장되기 마련이고, 만에 하나 그렇게 된다해도 어쩌겠는가. 인류가 통째로 사라진다면 내가 죽어도 그리 억울할 게 없지 않겠나.
AI시대에 걱정되는 건 인류의 미래가 아니라 개인의 생존이다. AI는 이미 직업 세계의 판도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알다시피 AI로 인해 생겨나는 일자리보다 없어지는 게 훨씬 많다. AI로 대체될 직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공포에 떨 필요는 없다.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기계일 뿐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AI가 결코 범접 못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타인의 감정을 공유하고, 정서적 관계를 맺으며, 각자의 눈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창조하는 존재다. AI가 인간의 공감과 소통, 창의와 상상을 흉내 낼 수는 있겠지만 딱 거기까지다. 여기에 희망이 있다. 인간다움을 발휘하는 것이야말로 AI시대에 살아남는 비결이 될 것 같다.
허석윤 논설위원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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