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동해안 고수온 피해 "눈덩이"

  •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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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8-22 18:51  |  수정 2024-08-23 07:02  |  발행일 2024-08-23
어민들 "30℃ 넘어가는 수온은 40년 동안 첨 겪는 일"

포항 양식장 27곳에서 어류 119만 마리 폐사
경북 동해안 고수온 피해 눈덩이
22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에 위치한 한 육상 양식장에서 인부들이 폐사한 물고기를 건져내고 있다.
경북 동해안 고수온 피해 눈덩이
포항의 한 양식장 대표가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경북 동해안 고수온 피해 눈덩이
22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에 위치한 한 양식장 입구에 폐사한 강도다리 치어가 통에 담겨 있다.
경북 동해안 고수온 피해 눈덩이
이강덕 포항시장이 22일 남구 구룡포읍 양식어가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 브리핑을 듣고 있다.

"40년간 양식업을 운영하면서 수온이 30℃를 넘어서는 건 처음입니다."


22일 오전 10시. 경북권 최대 양식어류 산지인 포항시 구룡포읍의 한 육상 양식장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후끈한 열기와 함께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고수온으로 폐사한 강도다리 사체 때문이다. 3개의 통에 담긴 것만 5천여마리로, 이 양식장에서만 올들어 7만마리에 가까운 물고기가 폐사했다.


양식장 내부 상황도 비슷했다. 십여 개의 수조 중 몇 곳은 물고기가 모두 죽어나가 텅 비어 있었고, 그나마 치어들이 살아 있는 수조마저도 인부들이 수시로 폐사한 물고기를 건져내기 바쁜 모습이다.


양식장 대표 이태형(48)씨는 "수조당 2만마리의 성어를 키울 수 있는데 벌써 몇개의 수조가 비어졌다. 하룻밤 새 많을 때는 1만마리가 죽어 나갔다"며 한숨을 쉬었다.


경북 동해안에 들이닥친 고수온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양식 어가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동해안에는 지난 12일 발령된 고수온주의보가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고수온에 취약한 육상수조식 해수양식장이 몰린 포항지역 어가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지역에는 양식장 93곳이 강도다리와 넙치 등 1천317만마리를 양식하고 있으며, 22일 기준, 양식장 27곳에서 119만 마리가 폐사했다. 전체 양식 규모의 10분의 1이 피해를 본 셈이다.


집단 폐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고수온을 꼽고 있다. 최근 육상 수조로 끌어쓰는 바다의 표층 수온이 한때 32℃를 넘어섰다. 해수온이 이처럼 급상승하면 수온을 낮추는 액화산소나 얼음만으로는 적정 수온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


이 때문에 양식어가들이 얼음을 수조에 넣거나 액화산소 사용, 물에어컨 역할을 하는 히트펌프 작동 등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지만, 치솟는 수온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빈 수조를 바라보던 이 대표는 "며칠 사이에 수온이 30℃를 훌쩍 넘겼다"며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써봤지만 허사였다"고 허탈해 했다.


여기다 포항 전체 양식어류의 82%를 차지하는 강도다리가 고수온에 취약하다는 점도 피해를 키우고 있다. 강도다리는 수온이 23℃ 이상이면 먹이를 잘 먹지 않고, 생존 한계 온도를 28℃로 보고 있다.


최근 태풍 '종다리'의 영향으로 해수온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라는 게 양식어가들의 걱정이다. 어장에서 살아남은 어류 역시 고수온이 지친 상태인 탓에 폐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양식어가들은 고수온 피해를 막을 근본적인 해결책을 촉구한다. 어민들은 고수온에 강한 어종 보급과 함께 저층부 바닷물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취수관 연장 사업 지원 확대를 희망한다.
김현찬(70) 포항시어류양식협회 회장은 "저층수 취수관 연장이 유일한 해답이다. 다만 어가당 4억원의 설치 비용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포항시는 어업인 피해 최소화와 함께 지원책 마련에도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추가적인 피해 예방과 양식어업인의 생계를 위해 필요한 행정적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전준혁기자 j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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