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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소품숍 '물비늘'의 2층 공간. 가게에서 직접 그린 그림으로 제작된 컵이 진열돼 있다. |
요즘 소위 '감성적인' 친구들과 만나면 암묵적으로 정해진 놀이 코스가 있다. 점심쯤 만나 밥을 먹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는데, 그 사이 소화시킬 겸 가는 곳이 한 군데 더 있다. 다양한 소품과 장식을 판매하는 상점인 '소품숍'이다. 문구류, 인테리어 소품, 주방용품, 패션 액세서리, 빈티지 아이템 등 주로 아기자기한 물건을 취급한다.
요즘 소품숍의 가장 큰 특징은 저마다의 개성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상점마다 특정 테마나 스타일을 갖고 있다. 잡화 종류와 구성은 물론, 가게의 분위기도 모두 다르다. 레트로면 레트로, 모던함이면 모던함, 애니메이션 덕후의 '덕심'을 저격하는 일본풍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가게 주인의 개인 취향이나 운영 철학이 반영되는 경우도 있어 주인이 직접 공수해오거나 만든 제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손님들은 독특한 아이템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낀다. 대량 생산 제품과 달리 희소성 있는 물건을 만나며 기분을 전환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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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남성로에 위치한 '사사로운'의 서재 공간. |
이런 매력으로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 사이에선 최근 '소품숍 투어'가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떠올랐다. 지난 26일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소품샵(숍)'을 검색하니 180만개의 게시글이 나왔다. '소품샵(숍)투어' 게시글도 25만개에 달했다. 여행 코스의 일부로 소품숍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대학생 김민정(20)씨도 그중 하나다. 올여름 부산으로 여행을 떠났는데 전포동 골목만 몇 시간 둘러보고 나왔다. 예쁜 식당이나 카페들만큼 소품숍도 즐비해서다.
소품숍 구경은 단순한 쇼핑을 넘어서 하나의 놀이로 자리 잡고 있다. 상품뿐만 아니라 매장 내부의 인테리어, 제품의 진열 방식, 음악, 체험 콘텐츠도 구경에 재미를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세영(26)씨는 다이어리를 꾸미기 위해 평소 소품숍을 즐겨 찾는데, 꼭 물건을 살 목적이 아니어도 방문할 가치가 있다고 했다. 박씨는 "가게마다 특정 콘셉트를 갖고 있어 사소한 디자인까지 신경 쓴 티가 난다. 미감을 자극해 눈이 즐겁다"며 "가게들도 상품 구매에 눈치를 주지 않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런 트렌드로 대구에서도 다양한 소품숍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특히 중구 동성로 일대와 그 인근은 성지다. 각자 다른 매력을 지닌 '힙'한 상점들이 모여 있어 색다른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이젠 여행의 일환으로 소품숍 투어를 계획해보는 것도 좋다. 기자도 취향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껴보고자 중구에 있는 소품숍에 방문해봤다. 함께 떠나보자.
글·사진=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