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임금 9년 때 초대형 권력형 비리 사건이 있었다. 발단은 판서 서선(徐選)의 외아들인 서달(徐達)이 하급 관리를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일이다. 서달은 당시 좌의정인 황희의 사위였다. 문제가 불거진 건 황희가 사건을 은폐시키려 우의정인 맹사성에게 도움을 요청한 데서 비롯됐다. 급기야 임금에게 허위 보고서가 올라갔다. 영민한 세종이 이를 허투루 넘길 리 없었다. 구린내를 직감한 세종은 재조사(지금으로 치면 특검)를 시켜 진실을 밝혀냈다. 세종은 즉각 황희와 맹사성을 파면했다. 서선은 직첩(職牒·벼슬아치의 임명장)을 회수했고, 서달에겐 곤장 100대와 유형(流刑) 3천리(유배지 거리)를 속(贖·일종의 보석금)으로 바치게 했다. 오늘날 역사학계에선 이 사건을 '조선시대 서달 게이트(gate)'라고 부른다.
'게이트'는 정치 권력과 관련된 비리 의혹을 다룰 때 주로 쓰인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유래됐다. 1972년 공화당의 닉슨 대통령이 재선 욕심에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가 있던 워싱턴 DC '워터게이트'라는 호텔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사건이다. 우리나라에선 최근 10년 래 가장 논란이 된 게이트는 대통령 탄핵까지 부른 '최순실 게이트'다. 지난 19일 별세한 박동선씨는 1970년대 중반 한·미 외교 갈등으로 불거진 이른바 '코리아 게이트' 사건의 당사자다.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박동선이 한국 정부 지시에 따라 미국 국회의원을 매수했다'고 보도했다. 무모한 로비스트냐, 조국을 위해 헌신한 애국자냐. 그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린다. 그는 생전 언론 인터뷰에서 "나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가 많은 것을 알지만, 나는 민간 외교 활동을 해 왔을 뿐"이라고 했다. 이창호 논설위원
'게이트'는 정치 권력과 관련된 비리 의혹을 다룰 때 주로 쓰인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유래됐다. 1972년 공화당의 닉슨 대통령이 재선 욕심에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가 있던 워싱턴 DC '워터게이트'라는 호텔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사건이다. 우리나라에선 최근 10년 래 가장 논란이 된 게이트는 대통령 탄핵까지 부른 '최순실 게이트'다. 지난 19일 별세한 박동선씨는 1970년대 중반 한·미 외교 갈등으로 불거진 이른바 '코리아 게이트' 사건의 당사자다.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박동선이 한국 정부 지시에 따라 미국 국회의원을 매수했다'고 보도했다. 무모한 로비스트냐, 조국을 위해 헌신한 애국자냐. 그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린다. 그는 생전 언론 인터뷰에서 "나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가 많은 것을 알지만, 나는 민간 외교 활동을 해 왔을 뿐"이라고 했다. 이창호 논설위원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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