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견공 전성시대

  • 허석윤
  • |
  • 입력 2024-09-26  |  수정 2024-09-26 06:56  |  발행일 2024-09-26 제23면

개인적으로 개에 대한 추억은 그리 좋지 않다. 어릴 적(초등학교 입학 전으로 기억한다)에 집에서 기르던 개에게 물려 다리를 다친 적이 있다. 한바탕 난리가 난 후 그 개는 사라졌다. 아마 부모님이 개장수에게 급히 넘겼던 것 같다. 애초에 그 개의 용도는 식용이었던 게 분명했는데, 그 일이 있은 후론 집에서 개를 기르지 않았다. 하지만 개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건 아니었다. 하필 바로 옆집이 보신탕 식당이어서 늘 비릿한 냄새가 났는데, 너무 싫었다. 냄새 외에도 필자가 개 고기 근처에도 안 가는 이유는 또 있다. 당시만 해도 복날 즈음에 개를 많이 팼다. 동네 다리 밑에서 몽둥이 찜질을 당하는 개들의 비명소리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요즘 주변에서 보신탕 먹는 사람이 거의 없다. 야만인 취급 당하니 당연하다. 나라에서도 개를 못 먹게 한다. 지난 8월 '개 식용 금지법'이 시행됐다. 처벌 유예기간은 2027년 2월까지다. 바야흐로 개들의 운명이 180도 바뀌었다. 복날 위기에서 벗어난 정도가 아니다. 이제 개(반려견)들은 삼복더위에 사람들이 주는 맛난 보양식을 먹는다.

국내 500만마리쯤 되는 반려견들은 어엿한 인간 가족의 일원으로서 대접받는다. 유모차와 비슷한 개모차를 타고 개치원(애견유치원)에 다니고, 정기 건강검진까지 받는다. 재벌집 반려견들은 유산 상속까지 받는 호사를 누린다. 그야말로 견공(犬公) 전성시대다. 하지만 자식 대신 개를 키우는 세태가 우려스럽기도 하다. 저출생만이 문제가 아니다. 반려견에 대한 지나친 정서적 의존은 되레 독이 될 수 있다. 모든 게 과유불급이다. 허석윤 논설위원

기자 이미지

허석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