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프레임이 그림' 아프리카 예술영화 '바넬과 아다마' 국내 개봉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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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0-03  |  수정 2024-10-02 14:58  |  발행일 2024-10-03 제17면
30대 흑인여성감독 데뷔작

절묘한 빛의 예술 구현 눈길
모든 프레임이 그림 아프리카 예술영화 바넬과 아다마 국내 개봉
전통적 관습에 맞선 아프리카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바넬과 아다마'  <레드아이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는 이변 아닌 이변이 일어났다. 30대 아프리카계 신예감독 라마타 툴레시가 첫 장편영화 '바넬과 아다마'로 쥐스틴 트리에, 켄 로치, 고레에다 히로카즈, 빔 벤더스 등 거장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곧바로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 프랑스와 세네갈, 이중국적의 라마타 툴레시는 데뷔작으로 경쟁부문까지 진출한 두번째 흑인여성감독으로 기록됐다.

'바넬과 아다마'는 툴레시 감독의 예민한 시각과 자연그대로의 꾸밈 없는 아프리카의 영상미가 두드러진 작품이다. 국내에서 아프리카 영화가 극장 개봉하는 사례가 극히 드문 가운데 아시아에서 최초로 지난 2일 개봉했다.

세네갈 변방마을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 강하게 부는 모래바람이 인상적이다. 바넬과 아다마 부부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둘만의 뜨거운 사랑을 꿈꾼다. 하지만 그들 앞에 놓인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남편 아다마는 혈통에 따라 촌장을 승계하라는 주변의 압박을 받고, 아내 바넬은 아들을 못 낳을거면 남편의 후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시어머니의 주장이 고통스럽다. 설상가상으로 마을에 닥친 심각한 가뭄으로 농작물은 말라죽고, 가축은 픽픽 쓰러지며, 공동체는 해체의 위기에 놓이는데….

'바넬과 아다마'는 기존의 아프리카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캐릭터, 신선한 스토리를 아름답고 신비한 미장센으로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아프리카의 가부장적 전통에 맞선 여성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관습의 압박에 맞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한 인류 보편적 고민이 녹아 있다. 특히 '모든 프레임이 그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화면 가득 펼쳐지는 이국적 풍광이 시각적 황홀감을 준다.

감독은 프랑스 국립영화학교 '라 페미스' 졸업작품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현대의 아프리카 영화들이 대개 폭력과 전쟁, 테러, 빈곤을 다룬 장르영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에 반해 감독은 처음부터 비극적 사랑이야기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욕구를 느꼈다. 툴레시 감독은 제작 노트에서 "부모님의 고향인 세네갈을 배경으로 하면서, 아프리카인 뿐만 아니라 전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어렸을 때부터 꿈꾸었던 마술적 사실주의와 시, 그리고 문학과 설화적 코드가 혼합된 비극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라며 제작배경을 설명했다.

빛의 예술을 절묘하게 보여주는 것은 이 영화가 가진 또 하나의 매력적 요소다. 극의 초반 따뜻하고 꿈결처럼 부드러운 빛은 영화가 전개될수록 메말라가는 주인공의 불안정한 마음처럼 흔들리는 불빛 등으로 형상화했다. 이에 대해 감독은 "한 장면에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때마다 거의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지와 의상의 변색이 일어나고, 마침내 관객은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색의 손실 끝에 투명하고 눈부신 백색이 된 것을 알아챌 수 있다. 사운드도 마찬가지로 더 이상 나무에서 움직이는 나뭇잎, 노래하는 새, 비명을 지르는 동물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모든 것이 침묵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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