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여행 방식이자, 자아를 찾아가는 몸짓이다. '걷는다'는 말에는 잡념을 '걷어낸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실제로 우리는 자연 속에서 거닐면서 잡다한 속박에서 벗어나 내면의 자유를 느낄 수 있다. 특히 경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걷기는 심신 치유의 좋은 치료제다. 걷기의 본질을 가장 잘 구현한 것이 '둘레길'이다. 산과 들, 바다와 강을 아우르는 둘레길은 우리에게 자연의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그 여정에 들어선 순례자는 느림의 미학과 겸손의 미덕을 배우며 자연과 닮아간다.
최근 전 세계 하이커들이 반길 만한 한반도 명품 길이 탄생했다. 동해, 남해, 서해 해안길과 비무장지대(DMZ)를 따라 걸을 수 있는 '코리아둘레길'이다. 전체 길이 4천500㎞, 294개 코스의 길을 완성하는 데 무려 15년이 걸렸다. 이 길은 단순한 걷기 코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리 국토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교과서라고 할 만하다. 하이커들의 성지로 꼽히는 미국의 존뮤어 트레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코리아둘레길을 완주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까. 군인의 행군 속도인 시속 5㎞로 하루 8시간 걷는다면 약 112일이 소요된다. 물론 이 길을 매일 걷기는 힘들테니 완주 시간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일 것이다. 얼마 전 라디오 방송에서 코리아둘레길 완주자가 소개됐다. 그는 136일 걸렸다고 했다. 하루에 최대 120㎞를 찍기도 했다니 진정한 걷기 달인이다. 그 수준은 못되더라도 상관 없다. 코리아둘레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허석윤 논설위원
최근 전 세계 하이커들이 반길 만한 한반도 명품 길이 탄생했다. 동해, 남해, 서해 해안길과 비무장지대(DMZ)를 따라 걸을 수 있는 '코리아둘레길'이다. 전체 길이 4천500㎞, 294개 코스의 길을 완성하는 데 무려 15년이 걸렸다. 이 길은 단순한 걷기 코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리 국토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교과서라고 할 만하다. 하이커들의 성지로 꼽히는 미국의 존뮤어 트레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코리아둘레길을 완주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까. 군인의 행군 속도인 시속 5㎞로 하루 8시간 걷는다면 약 112일이 소요된다. 물론 이 길을 매일 걷기는 힘들테니 완주 시간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일 것이다. 얼마 전 라디오 방송에서 코리아둘레길 완주자가 소개됐다. 그는 136일 걸렸다고 했다. 하루에 최대 120㎞를 찍기도 했다니 진정한 걷기 달인이다. 그 수준은 못되더라도 상관 없다. 코리아둘레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허석윤 논설위원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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