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피력했다.
이 총재는 1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어떤 계량 모델을 쓰더라도 중립 금리 상한보다 실제 금리가 높은 상황"이라며 "당분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인하 속도에 대해선 "금융안정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겠다.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인하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금리 인하의 배경으론 물가 변동을 꼽았다. 그는 "물가상승률이 떨어진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긴축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며 "가계대출 추이도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담보대출은 2~3개월 전에 있었던 주택 거래량에 따라 결정되는데, 9월 아파트 거래량이 7월의 2분의 1,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률이 8월의 3분의 1 수준이었다"면서 "9월 숫자만으로 금융안정이 이뤄졌다고 단언하는 게 아니고, 이렇게 정책을 해가면서 금융안정에 대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이 적기에 이뤄졌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지난 8월에는 정부가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한 다음 금리를 인하하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했다. 기준금리 인하를 실기했는지는 1년 정도 지나서 평가해주면 좋겠다"며 "어느 나라보다 빨리 물가 목표 2%를 달성했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나 외환시장도 큰 문제 없이 관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은이 좌고우면하는 과정에서 금리를 더 올리지 못해 이런 상황이 초래됐다는 견해도 있는데 그런 비판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3개월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해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뒤에도 기준금리를 3.25%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고, 나머지 1명은 3.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했다.
앞서 지난 8월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달라진 기류다.
향후 금리 인하 폭에 대해선 "(한국이) 미국처럼 0.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내릴 상황은 아니다"라며 "(미국과 달리)우리는 금리를 3% 올렸다. 우리도 0.5%포인트 떨어지겠구나, 돈 빌려도 문제 없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이밖에 이 총재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관련 "중장기적으로는 확대돼야 한다. 어떤 대출이든 자기 능력에 맞게 돈을 빌리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가계대출 상황을 보고 DSR규제를 판단하겠다는 정부의 판단은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은행권이 대출 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는 데 대해서는 "엇박자라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은행들의 포트폴리오 70~80%가 부동산으로 쏠려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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