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방송되는 요리 프로그램은 포맷에 따라 크게 몇가지 종류로 나뉜다. 출연자들이 준비된 음식을 먹는 '먹방'과 셰프나 연예인들이 직접 요리를 하는 '쿡방' 등이다. 또 음식을 만들고 먹으며 대화하는 토크쇼, 전국의 맛집과 숨은 맛의 고수를 찾아 떠나는 여행프로그램, 출연자들이 요리 대결을 펼치는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도 있다.
안방극장에서 요리 프로그램의 역사는 꽤 오래 되었다. 그 시발점은 1984년부터 6년간 매일 아침 주부 대상으로 방송한 '오늘의 요리'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궁중요리 전문가 한복선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일품요리를 매일 아침 15분 동안 소개해 요리 신세계를 열었다. 이후 '이정섭의 요리쇼' '이홍렬쇼' 등 연예인들이 입담을 곁들여 요리하는 프로그램들이 사랑받았다.
주부대상으로 출발한 요리 프로그램은 케이블, 종편 등과 만나면서 영역을 확장했다. 출연자들이 팀을 구성하고 맛있는 음식을 찾아가는 '식신원정대'가 만들어졌으며, 배가 터지도록 음식을 먹는 모습에서 웃음이 터지는 '먹방프로그램'도 등장했다. 바닷가 외딴 섬마을에서 현지재료로 삼시세끼를 해결하거나, 연예인들이 해외로 나가 식당을 열기도 했다. 셰프들의 냉장고를 스튜디오로 옮긴후 즉석에서 요리를 하는 '쿡방'도 열렬한 반응을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최현석, 이연복, 샘킴 등 스타 셰프들이 탄생했다. 또 최불암과 같은 국민배우가 한국인의 입맛을 찾아 전국을 탐방하는 '한국인의 밥상' 같은 프로그램도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장수했다.
◇이영자 등 연예인 요리 유튜브 인기
방송인 박나래는 지난달 개인 유튜브 채널을 오픈했다. 연예인의 유튜브 채널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요즘인 만큼 비교적 늦은 출발이다. 남들보다 늦게 유튜브에 합류한 그녀가 대신에 들고나온 비장의 무기는 '요리'였다. 평소와 달리 머리를 곱게 묶고, 하얀 앞치마를 착용한 그녀는 얼추 1m에 육박하는 민어를 직접 손질하고, 현란한 요리솜씨를 발휘해 요리를 했다. 그녀의 요리 유튜브에는 모델 겸 방송인 한혜진, 라미란, 정은채 등 연예인들이 게스트로 참여해 요리만큼 맛있는 입맛을 펼친다.
최근 27년간 진행한 SBS 라디오 '최화정의 파워타임' DJ에서 물러난 배우 겸 방송인 최화정 역시 은퇴후 곧바로 유튜브 채널로 갈아탔다. 구독자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올라온 그녀의 유튜브는 불과 2개월여 만에 6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했다. 요리와 패션, 건강에 남다른 감각을 가진 최화정의 노하우가 하나씩 공개돼 인기를 누린다. 섹시하고 매력적인 빨간 립스틱 바르기 같은 일상의 팁은 물론 작은 노력으로 최고급 이태리식당의 맛을 내는 요리비법까지 공개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먹방의 대가인 방송인 이영자의 요리 유튜브 역시 최근 관심을 모은다. 수년전까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던 그녀가 한동안 영상을 올리지 않다가 최근들어 다시 새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경기도 가평에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한 그녀가 3도4촌의 생활을 하면서 스태프와 직접 만든 요리를 나눠 먹는 모습이 소개된다.

넷플릭스가 지난 9월 17일 선보인 '흑백요리사'는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하게 맞붙는 100인의 요리 계급 전쟁을 모토로 만들어졌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예측불허의 미션과 역동적인 명승부가 펼쳐져 올해 최고의 히트작으로 떠올랐다.
김은지 PD는 "미션을 설계할 때 가장 큰 전제는 '맛'으로 승부하는 것이었다"라면서, "맛은 정말 다양한 요소가 있기 때문에 미션에 다양한 요소를 녹이고 싶었다. 주재료를 살리는 맛, 대량 요리와 대중이 선호하는 맛, 가격에 합당하고 사먹고 싶은 맛 등 라운드별 주제를 정해 모든 라운드를 통과한 셰프님은 육각형 최고의 셰프라고 생각했다"라며 각 미션이 가진 의미를 소개했다.
'흑백요리사'는 불황에 빠진 요식업계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평가도 받는다. 출연자 최현석 요리사는 "국내 요식업계가 어려운데 다시 관심을 받아서 요리사들이 요리하기 좋은 환경이 된 것 같다. 나는 늘 새로운 걸 만드는데 이 작품을 통해 내가 가는 길이 맞다는 확신을 얻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에서는 대세 콘텐츠로 자리잡은 요리 프로그램에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기도 한다. 시청자 foodtopia는 "TV를 틀 때마다 요리 관련 프로그램이 지상파는 물론 종편, 케이블, 유튜브까지 싹쓰리를 한 것처럼 보인다. 조금씩 포맷을 달리 한다고 해도 지나치게 한가지 분야에 쏠림이 우려된다. 다양성의 측면에서 썩 바람직한 현상은 아닌 것 같다"고 프로그램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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