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한국은행도 이달 중 금리를 또 한번 낮출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물가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 성공과 함께 원·달러 환율이 급증하는 등 변수가 커진 만큼 한은 금융통화위원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올해는 건너 뛰고 내년 1월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준은 6∼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4.75∼5.0%→ 4.50∼4.75%로 0.25%p 낮췄다.
지난 9월 19일 0.50%포인트 인하하는 '빅컷' 단행에 이어 두 차례 연속 하향 조정이다.
연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FOMC의 2% 목표를 향해 진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FOMC는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한 리스크가 대체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판단한다"고말했다. 금리 연속 인하의 근거로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을 언급한 것이다.
연준이 금리 인하를 결정하면서 한은의 부담은 다소 줄었다. 한국(3.25%)과 미국(4.50∼4.75%)의 금리 차이가 1.75%포인트에서 1.50%포인트로 좁혀져서다. 그만큼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 압박 수위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 등 일각에선 한은이 금리를 더 낮춰 민간소비·설비투자 등 내수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기 하강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함이다.
8개 세계 주요 투자은행(IB)의 올해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이미 평균 2.5%에서 2.3%로 0.2%포인트 떨어졌다. 올 3분기 성장률도(0.1%) 한은의 전망치(0.5%)를 크게 밑돌았다.
물가 흐름도 추가 금리 인하를 부추긴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9(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1.3% 올랐다. 9월(1.6%)에 이어 두 달 연속 1%대이자 2021년 1월(0.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만 변수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 대선 개표와 함께 원·달러 환율은 1,404원까지 뛰어올랐다. 지난 7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뚜렷하게 떨어지지 않고 1,400원 안팎에서 오르내렸다.
관세 인상과 이민자 추방 등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도 걸림돌이다. 인건비와 물가가 높아지면 연준은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고, 달러는 더욱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환율이 불안한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이상으로 올라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전문가들도 환율 리스크와 성장 부진 등을 근거로 오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한은 입장에선 금리를 연속해서 내리기에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상승 흐름이고, 가계 부채나 증가폭 자체가 아직은 만족스러운 상황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성장률도 3분기 쇼크를 기록하긴 했지만 여러가지 정황상 추가로 금리를 인하하긴 어려워 보인다. 내년 1월쯤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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