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대구전태일기념관에서 시민들이 특별 강연을 듣고 있다. <대구인권사무소 제공> |
지난 11일, 대구전태일기념관에서 기념관 준공을 기념하는 특별 강연 '문밖의 사람들'이 열렸다. 이번 강연은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와 사단법인 전태일의 친구들이 공동 주최했으며, 김수박 만화작가가 연사로 나서 대학생, 시민들과 함께 시대의 변화와 노동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작가는 자신의 대학 시절 경험을 비롯해 서태지와 X세대 문화, IMF 외환위기, 현대사회의 노동 문제 등을 다뤘다. 그는 "외환위기가 발발한 직후 몇 년간은 선배 세대의 경제적 유산으로 사회적 충격이 덜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가족 해체, 실업 문제, 산업재해 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특히 서울에서의 경험을 언급하며 "당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늘 한 곳에서 목숨을 구하면, 내일 또 다른 장소에서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곤 했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졌고 청년 세대는 끝없는 일자리 전쟁에 내몰렸다. 김 작가는 "직장을 구하더라도 산업재해와 같은 불확실성이 항상 뒤따랐다"며 오늘날의 노동 현실을 짚었다.
김 작가의 대표작 '문밖의 사람들'은 스마트폰 생산 하청공장에서 일하다 시력을 잃은 한 청년 노동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르포 만화다. 2016년 출간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54년 전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인 전태일 열사의 외침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현대에도 여전히 반복되는 노동 현실을 비판했다. 이어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 씨, 구의역 사고로 사망한 청년 김군 등 여러 노동 현장의 비극을 언급했다.
청년들에게는 "선배 세대의 조언도 중요하지만, 오늘날은 전혀 다른 시대다. 스스로 부딪히고 경험해보는 모험 정신이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연을 기획한 최나래 대구인권사무소 주무관은 "청년 노동인권을 주제로, 함께 살아가는 청년들과 삶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으로 강연을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청년세대와 소통하겠다고 했다.
이준희 시민기자 ljoonh11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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