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문 닫은 제조업체 엔데믹 전보다↑…트럼프 2기도 먹구름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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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03  |  수정 2024-12-03 07:30  |  발행일 2024-12-03 제3면
[위기의 경제 어디로] <2> 대구 산단은 지금

작년 제조업체 폐업 다시 늘어

전년比 17.36% 증가 2천55곳

공장 가동률, 전분기比 8%p ↓

'美 우선주의' 불확실성 커져

기준금리 인하, 자금운용은 숨통

올해 문 닫은 제조업체 엔데믹 전보다↑…트럼프 2기도 먹구름
2일 대구 3산업단지 내 문을 닫은 공장 앞이 수풀로 뒤덮여 있다(왼쪽).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 내 한 공장의 모습. 공장 분양 현수막 뒤로 분양사무소도 마련돼 있다. 그래픽=장수현기자 jsh10623@yeongnam.com

대구 중소기업에도 경기 침체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이 대응할 여력이 없다. 전망도 밝지 않다.

지역 최대 산업단지, 대구성서산업단지의 기계 소리가 점차 작아지고 있다. 문을 닫거나 생산을 쉬는 공장도 늘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폐업 제조업체 수는 2천55곳으로 2022년(1천751곳)보다 17.36% 증가했다. 코로나19 시기이던 2020년 1천954곳, 2021년 1천869곳, 2022년 1천751곳으로 감소세를 보이던 폐업 건수가 지난해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유동성을 공급해 수요가 활발했는데, 엔데믹 이후 고물가와 고금리로 수요가 줄어든 것이 쓰라린 결과로 이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업계는 올해 제조업체 폐업 수가 더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 공단의 사정은 공장 가동률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자동차 부품 등이 속한 운송장비 업종의 공장 가동률은 전분기 대비 8.34%포인트나 급감했다. 전년 동기와 대비해서도 5.29%포인트 줄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기계 업종도 전분기, 전년 동기대비 각각 5.29%포인트, 1.3%포인트 줄었다. 이 업종들은 원자재 비용 상승과 경기 침체 등으로 나타난 수주 감소로 가동률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운송장비는 수주 감소가 뚜렷했다.

하락한 업종들은 원자재 비용 상승과 경기 침체 등으로 나타난 수주 감소로 가동률이 감소했고, 특히 운송장비는 수주 감소가 뚜렷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 비수기인 점과 계절적인 요인으로 3분기 실적은 더욱 좋지 않을 전망이다.

주력 업종인 자동차 부품 기업들의 사정은 더욱 녹록지 않다. 지난 8월 발생한 인천 청라국제도시 한 아파트 전기차 화재 사건은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이라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지역 자동차 부품 업계는 저마다 완성차 업계의 미래모빌리티 전환에 발맞춰 전기차 부품 생산을 확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고스란히 지역 부품업계에 타격을 줬다.

지역 전통산업인 섬유업도 불경기에 치명타를 입고 있다. 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에 따르면 대구염색산단 가동률의 바로미터인 증기 공급량이 201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상반기 염색산단으로 공급되는 증기량은 75만8천t으로 2017년 상반기보다 25% 정도 감소했다. 입주업체 127곳 중 6곳이 장기 휴업 중이다.

염색공단 관계자는 "업계 성수기인 3분기 실적이 반등했으나, 4분기 실적이 다시 큰 폭으로 떨어질 전망"이라며 "내년도 경기 전망은 더 좋지 않다"고 했다.

불확실한 글로벌 환경에 지역 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최근 지역 산업계 전반의 가장 큰 이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자의 당선이다.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2차전지, 전기차 등 첨단업종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트럼프 2기가 보편 관세 도입과 관세 인상 등 중국 견제 심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삭감 등을 내세웠기 때문. 이들은 모두 지역 주력 업종과 연결돼 있다.

지역 제조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가장 큰 문제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집권을 시작하면 미국 우선주의 정도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대구국가산단이나 테크노폴리스 등에 입주한 큰 규모의 기업들은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버틸 체력이 있지만, 성서산단이나 제3산단 등에 입주한 영세 기업들은 당장 내년도 계획을 세울 엄두조차 못 내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깊어지는 불경기 속에 정부와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기준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복안으로, 실제 한국은행은 지난 10월에 이어 2개월 연속 기준 금리를 내렸다.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 관계자는 "기준 금리 인하는 지역에서 95%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의 자금운용 부분에 있어서는 청신호라고 할 수 있다. 단기적으론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나 장기적으론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높은 환율 변동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수출·수입업계에선 이를 계속해서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사진=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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