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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계엄 해제 요구 의결안 표결 장면. 유튜브 영상 캡처 |
대구·경북(TK) 의원들은 4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표결에 대거 참석하지 않았다. 지역 일정 또는 참석하지 못할 사정이 있다고는 하나, 친윤(親윤석열계) 의원들이 대거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계엄에 동조한 것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가결시켰다. 이 가운데 대구경북 25명 의원 중에서는 김형동(안동-예천)·우재준(대구 북구갑) 의원만이 이름을 올렸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친한(親한동훈)계로 분류된다. 실제로 추경호(대구 달성군)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 친윤계는 참석하지 않았다. 야권을 제외하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은 모두 친한계로 분류되는 의원이기도 하다.
이같은 계파 갈등은 비상계엄 직후부터 노출됐다.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5분 만에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친한계 의원들과 본회의장으로 이동해 계엄 무효를 위한 행동에 나섰다. 반면 친윤계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표결에 불참한 의원 상당수는 본회의 시점에 국회 앞 당사에 있었다. 추 원내대표는 국회 본청에 있었지만 표결에는 불참했다.
더욱이 추 원내대표는 당사로 모여달라는 공지를 통해 혼선을 빚게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추 원내대표는 3일 밤 11시쯤 비상의원총회를 소집했으나 국회 출입문이 폐쇄되고 의원 출입도 막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의원님들께서는 지금 즉시 중앙 당사 3층으로 모여달라"며 장소를 재공지했다. 친한계 의원들은 이를 두고 친한계 일각에서는 친윤계 중심의 원내 지도부가 본회의 정족수 미달을 유도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했다. 본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의원들이 국회 진입이 되지 않아 당사에 모여있었다"면서 자신의 표결 불참에 대해 "제 판단으로 불참했다"고 말했다. 혼잡한 현장에서 모두 확인은 되지 않았지만 임이자(상주-문경), 정희용(고령-성주-칠곡), 조지연(경산) 의원 등은 추 의원과 함께 동행한 만큼 자발적으로 표결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불참 이유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TK에서는 강대식(대구 동구-군위군을) 강명구(구미시을) 구자근(구미시갑) 권영진(대구 달서구병) 김기웅(대구 중구-남구) 김석기(경주) 김상훈(대구 서구) 김승수(대구 북구을) 김정재(포항 북구) 박형수(의성-청송-영덕-울진) 송언석(김천) 유영하(대구 달서구갑) 윤재옥(대구 달서구을) 이만희(영천-청도) 이인선(대구 수성구을) 임종득(영주-영양-봉화) 주호영(대구 수성구갑) 최은석(대구 동구-군위군을) 의원은 표결하지 않았다.
이처럼 친한계와 친윤계가 엇갈린 행보를 보인 가운데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이번 비상계엄 선포를 위헌·위법으로 규정하면서 향후 여권 분열 양상이 가열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본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국회 결정으로 지난밤 있었던 위헌, 위법한 계엄 선포는 효과를 상실했다"고 말하기도 했다.여권은 윤 대통령에 대한 야권의 탄핵 공세에 탄핵 사유인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되는 사안이 없다고 반박해 왔다. 하지만 이같은 한 대표의 '위법' 언급은 향후 대응에서 야권과 궤를 같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낭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실질적 요건을 전혀 갖추지 않은 불법·위헌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위헌성을 두고 친한계와 친윤계 간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야권이 계엄 선포를 고리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경우 여권의 분열 양상이 심화할 수 있다.
친윤계가 윤 대통령 탄핵 소추에 반대하더라도 이날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찬성한 친한계 의원들의 표심이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대통령 탄핵 소추의 경우 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국민의힘 내 이탈표 8표가 있으면 가능하다.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