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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4일 새벽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추가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 해제를 발표하는 장면이 방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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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대체 왜?"
2시간30분여 만에 종료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에 대한 정치권 및 시민들의 공통적 반응이다. 계엄이 무의미한 것을 알면서도 추진한 만큼 '역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은 3일 밤 10시 25분쯤 긴급 발표로 시작됐다. 이후 다음날 새벽 4시 27분 해제를 선언하며 막을 내렸다. 공식적으론 약 6시간이 걸렸지만, 윤 대통령의 선포 후 국회가 새벽 1시쯤 '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하며 사실상 2시간 30분 만에 끝난 셈이다. 이로 인해 윤 대통령은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겠다"는 계엄 선포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한 채 역풍을 맞을 처지에 빠지게 됐다. 이번 계엄 선포를 '자충수' 혹은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라고 하는 이유다.
정치권은 윤 대통령의 이번 계엄을 "이해하지 못할 행동"이라고 지적한다. 이미 범야권이 190석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국회 지형상 150석만 넘으면 되는 계엄 해제는 애초에 승산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조차 지난 8월 야권에서 계엄령이 언급됐을 당시 "야권이 즉각 종료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반박한 바 있다. 일각에선 정치적 승부수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 상황은 아니었다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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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윤 대통령이 평소 강조했던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겠다는 확신이 과잉되면서 오판한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야당의 잇따른 탄핵과 예산 편성권 침해로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도 주요 국정 과제가 제자리를 맴돌자 '무리수'를 뒀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담화에서 국회를 상대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됐다"라거나 "패악질을 일삼은 만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 등 격정적인 표현이 이를 뒷받침 한다. 때문에 윤 대통령이 실제 계엄을 성사하려는 목적을 세웠다기보다는 야당의 예산 처리와 탄핵을 과도한 정치적 공세로 몰아 부당성을 알리려 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국회에서 절대적인 의석 열세를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종의 충격 요법을 통해 여론전을 벌인 것이라는 의미다.
윤 대통령이 극소수의 참모와만 계획을 공유하면서 계엄 사태가 가져올 거센 후폭풍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계엄 선포를 건의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직전에 경호처장을 역임했으며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최측근으로 통한다. 야당에서는 이번 작전 실행에 일부 핵심 군부대가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충암고 라인' 배후설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고위급 참모는 물론 대다수 국무위원조차도 계엄 선포 직전까지 이를 몰랐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같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치적 또는 사회적 고려는 하지 않은 채 감정적으로 준비 없이 급박하게 발표했다는 것이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