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의료계에 큰 혼란을 야기하며 전공의 모집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다 정부가 공개한 전공의 수련 개선 홍보영상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경북지역 수련병원들은 9일 마감하는 전공의(레지던트) 모집에서 지원율이 극히 저조할 것으로 예상했다. 8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발표된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은 의료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포고령에 담긴 '전공의 미복귀 시 처단'이라는 표현이 의료진에게 공포와 불신을 심어주었으며, 전공의 지원 의지를 꺾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경북대병원을 포함한 지역 7개 병원에서는 지난 4일부터 총 555명의 전공의를 모집하고 있다. 하지만 마감을 하루 앞둔 8일 현재 레지던트 1년차 모집 지원자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당초 전공의 지원 의사가 있었던 이들마저 계엄령 발표로 등을 돌리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모집 마지막 날에 지원자가 몰리긴 하지만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와중에 최근 보건복지부가 유튜브에 올린 '전공의 수련 개선' 홍보영상은 의료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함께 실현되는 의료개혁'이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전공의 연속근무시간 단축, 수당 지급, 임상경험 확대 등 정부의 개선 방안을 담았다. 하지만 의료진 사이에선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구에서 전공의를 거친 한 의료진은 "포고령에선 처단을 언급해 놓고 홍보영상엔 워라밸을 외치는 정부가 뻔뻔하다"며 "이 영상은 전공의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이 영상 댓글에는 "처단을 언급한 정부가 전공의 모집을 독려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대구경북지역 의료계는 이번 전공의 모집 실패가 의료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진료과는 전공의 부족이 심화하면서 환자 안전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다. 대구지역 한 대학병원의 교수는 "계엄령과 탄핵 논의, 홍보영상 등 이 모든 상황이 전공의들을 위협하고 있다"며 "정부는 의료계를 정상화하고 전공의 모집 실패를 막기 위해 즉각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전공의들은 8일 정부의 의료개혁 백지화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 주최로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의료계엄 규탄 집회'는 전공의들이 처음으로 단독 주도한 행사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