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그래도 지도자는 법 '아래' 있어야 한다

  •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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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09  |  수정 2024-12-09 07:02  |  발행일 2024-12-09 제22면

[취재수첩] 그래도 지도자는 법 아래 있어야 한다
박영민기자〈사회1팀〉

나라가 온통 '비상계엄령' 이야기뿐이다. 비상계엄 선포 후 시행된 여론조사에서 국민 73.6%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 국민이 이렇게까지 계엄에 분노하는 이유는 뭘까. 역사적 트라우마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번 계엄이 '내란죄'이자 위법·위헌이라는 국민의 판단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계엄 선포 동기가 어떻든 지도자 스스로가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한 오만방자함이 국민의 분노를 부른 것이다.

대구 남구에선 현재 법과 관련한 이슈가 뜨거운 감자다. '앞산 해넘이캠핑장' 얘기다. 감사원이 불법으로 건립됐다고 지적한 캠핑장을 남구청이 아무런 조치 없이 일단 내년 3월 임시개장 후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을 빚고 있다. 계엄처럼 국민 안위를 해칠 위험도 없고, 규모도 훨씬 작은 사안이다. 사업 추진 목적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시민들이 최대한 빨리 캠핑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나름 '공익성' 측면에서 시작됐다는 점도 '친위( 親衛)' 목적이었던 계엄 선포와 비교할 사안은 전혀 아니다.

다만 한 가지가 마음에 걸린다.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강행한다는 점에서 이 두 사안은 맥락을 같이 한다. 현행법에 허점이 많아 보이는 건 사실이다. 관광진흥법을 보면 캠핑장 시설은 천막을 주재료로 지어져야 한다. 그런데 전국의 많은 캠핑장이 사실상 건물 형식으로 다 지어놓고, 외부만 천막으로 덮어놓은 실정이다. 공공기관이 민간 사업장에서 하듯이 법 기준에 맞추려고 '꼼수'를 부리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남구청도 이를 어필하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래도 법은 법이다. 법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민간 사업장에서 꼼수를 사용하는 것도 어쨌든 법 테두리 안에 머물려는 노력이다. 하물며 꼼수도 없이 법 기준에 맞춰 운영하는 캠핑장 사업자가 공공기관이 법을 무시한 채 운영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면 얼마나 속이 터지겠는가. 게다가 남구청은 캠핑장 사용 허가를 승인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법을 준수한 상태에서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게 여러모로 옳은 방향이다.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강행하면 지도자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현재 계엄 사태가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앞산 해넘이캠핑장도 이대로 진행하면 법적 고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지역 시민단체들은 개장하는 순간 남구청장과 담당 공무원을 상대로 행정 고발 조치하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다. 최대한 빨리 개장해 예산 낭비를 줄이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주민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그래도 지도자는 법 '아래'에 있어야 한다.박영민기자〈사회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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