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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 연합뉴스. |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등 농업 4법과 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보류됐다.
당초 1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들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전날 상정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부권 행사가 국정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아지면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17일 "(재의요구) 안건은 (정례)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않는다. 충분한 숙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마지막까지 여야 의견을 들은 다음에 금주 중에 재의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19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이들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결정될 전망이다. 거부권 행사 기한은 21일까지다.
거부권 행사가 예측되는 법안은 농업 4법 외에도 김건희 여사 특검법, 내란특검법이 있다. 헌법 71조에 따라 대통령의 권한을 모두 이어받은 만큼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대통령직 직무 정지 국면에서 고건 총리도 권한대행을 맡으며 사면법 개정안 등에 거부권을 행사한 선례가 있다.
문제는 한 권한대행이 피의자 신분에 처해진 데다 거대 야당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농업 4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한 권한대행에 대한 야당의 탄핵소추로 이어질 수 있다. 민주당은 일단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을 일단 유보한 상태지만, 거부권 행사 시 탄핵 카드를 다시 꺼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권한대행까지 탄핵 소추할 경우 현재 경제팀을 이끄는 최상목 경제 부총리가 대행을 맡게 되면서 국정 혼선이 더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간신히 구성 정족수를 유지하고 있는 국무회의 위기론도 커질 전망이다. 헌법 제88조는 '국무회의는 국무위원 15인 이상일 때 구성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국방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 장관이 공석으로, 정부 국무위원 숫자는 16명이라 구성 정족수를 간신히 충족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경우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이며 지난 3일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한 권한대행과 전·현직 국무위원 9명이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라 추가 이탈 가능성도 있다. 국무회의가 마비되면 법률안과 시행령 등 심의를 거쳐야 할 정부의 주요 정책 의사 결정이 모두 정지된다.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의 경우 차원이 다르다. 국민적 분노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한 대행에 대한 탄핵 소추는 국정 불확실성을 더욱 확대시키면서 대외 신인도에 영향을 줘 외교·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의 미래를 중시하는 한 권한대행의 성향을 감안하면 적극적인 권한 행사보다는 안정적인 국정 관리에 방점을 찍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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