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권 레지던트 모집률 2% 수준…의료공백 현실화

  • 강승규
  • |
  • 입력 2024-12-22  |  수정 2024-12-23 07:26  |  발행일 2024-12-23 제2면
정부-의료계 갈등 속 전공의 부족,필수 진료과 더 심각

“처우 개선 없이는 생존도 위태”…대구 의료계 절규
대구권 레지던트 모집률 2% 수준…의료공백 현실화
전공의 사직 사태 여파로 대구경북 의료계가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대구권 수련병원의 경우, 레지던트 1년 차 모집에서 총 297명 정원 중 10명도 채우지 못했다. 지역 의료체계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전국적으로도 모집 정원의 5%만 충원되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22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한 결과, 경북대병원·영남대병원·대구의료원에서 각각 1명의 레지던트 합격자를, 대구파티마병원은 2명을 선발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의 합격자 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지원자가 없어 합격자 발표조차 못했다. 전체적으로 정원의 2%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구권 A 수련병원 관계자는 "의료진 확보는커녕 병원 운영조차 힘겨운 상황"이라며 "교육기관 역할을 감당하기는커녕 생존 자체가 위태로운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는 비단 대구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181개 병원에서 3천594명을 모집했으나 지원자는 314명에 그쳤다. 이 중 181명만 최종 합격했다. 수도권 병원이 5.5%, 비수도권 병원이 4.5%로, 지역 간 의료 격차도 여전히 크다.

특히 필수 진료과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산부인과는 188명 모집에 단 1명을 선발하며 충원율 0.5%에 머물렀다. 역대 최저치다. 소아청소년과(2.4%), 신경과(1.7%), 심장혈관흉부외과(3.1%) 등 필수과 대부분이 충원율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의료 공백 우려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반면 성형외과는 16.4%의 충원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비급여 과목이라는 특수성이 있어 예외적인 결과로 보인다.

의료계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으로 정부와의 갈등을 꼽는다. 지난해 발표된 의대 정원 증원, 의료진 처벌 논란, 비상계엄 선포 등은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를 촉발했다. 실제 집단 사직한 전공의 1만5천여 명 중 복귀율은 고작 8.7%다.

대구경북지역 전공의들은 "정부가 억압적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복귀하지 않겠다"며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 의료계 내부에선 정책 철회 없이는 의료 현장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지역 의료체계는 이제 붕괴 직전이다. 대구권 한 병원장은 "전공의 부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지방 의료 환경은 더 악화되고 있다"며 "정부가 처우 개선과 근무 환경 정비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정원 조정 등으로 전공의 확보를 시도했지만 실효성은 없었다. 대구권 의료계는 "이번 결과는 의료 붕괴의 시작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내년 1월 예정된 인턴 모집과 2~4년차 레지던트 추가 모집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기자 이미지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