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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를 하루 앞둔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보수단체가 대통령 체포 및 탄핵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야권에서 구성한 국회 탄핵소추단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제외하기로 하면서 '탄핵 사태'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지난 3일 윤 대통령 탄핵 사건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탄핵소추 사유 중 형법 위반 부분을 '헌법 위반'으로 재구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 측은 당초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를 내란죄 등 '형법 위반'과 계엄 선포 요건을 어기는 등의 '헌법 위반'으로 구성한 바 있다. 탄핵 심판을 '헌법 위반' 여부 중심으로 신속히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내란죄를 제외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내란죄로 기소돼 형사재판이 시작될 경우 이를 이유로, 윤 대통령 측이 탄핵 심판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나오자 이에 대비한 것이란 것이 정치권의 해석이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는 졸속으로 작성된 탄핵소추문을 각하하고, 다시 제대로 된 소추문으로 국회 재의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탄핵소추문에 내란이라는 단어가 38번 들어갔고, 탄핵소추 사유 1번이 내란 범죄행위"라며 "내란 혐의는 대통령 탄핵소추문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핵심을 탄핵 사유에서 제외한다면 앙꼬 없는 찐빵이 아니라 찐빵 없는 찐빵"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서지영 원내대변인도 "민주당은 지금까지 내란죄를 굉장히 중대한 탄핵소추 근거라고 홍보해왔고 대통령뿐만 아니라 정부·여당 모두에게 내란죄 선동 혐의를 씌워서 고발까지 했다"며 "조기 대선을 이끌겠다는 의도로 중요한 소추 내용 중 하나를 스스로 철회했다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탄핵소추 및 체포영장 집행의 절차적 논란을 부각해 '법치 수호'를 명분으로 앞세워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당 내부에서는 "대통령 탄핵소추의 과정이 굉장히 졸속으로 이뤄지면서 중대한 하자가 생긴 상황"으로 진단하고 "판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여당 대권 잠룡들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이재명 대표를 위해 민주당이 조기 대선에만 골몰하다 보니 절차적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사유의 본질은 내란죄였다"며 "내란을 빼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결정한다면 국민들이 헌재 결정에 승복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민주당이 이런 짓을 하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이 대표의 수많은 사법 리스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내란죄가 없었다면 탄핵소추안은 통과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기존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당연히 실효되고 국회에서 다시 의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재명 본인 재판 판결이 나오기 전 탄핵을 앞당겨 대통령 되는 길을 서둘겠다는 정치적 셈법"이라고 일갈했다.
반면 민주당 측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의결한 탄핵 사유들을 내란죄 성립 여부, 즉 형법 위반 여부로 다투지 않고 헌법 위반으로 주장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당연한 절차는 2017년 박근혜 탄핵 심판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탄핵소추단은 뇌물죄, 강요죄 등 형법상의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위헌 여부만 분명히 밝히겠다며 탄핵 사유서를 재정리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처음에 내란 행위를 탄핵 사유로 삼은 건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빠른 탄핵 심판을 위해 평가 부분만 삭제한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죄명을 빼고 정리했던 권성동 원내대표가 후안무치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