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미국 뉴욕시티대학원 석좌교수)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석학이다. MIT, 프린스턴 등 명문대학 교수를 두루 역임한 그는 특히 칼럼리스트로서 명성을 드높였다. 2000년부터 뉴욕타임스(NYT)에 꾸준히 칼럼을 게재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그 덕에 2008년 노벨경제학상까지 수상했다. 하지만 이제 크루그먼은 24년간 이어온 칼럼리스트 활동을 접었다. 지난해 12월에 쓴 마지막 칼럼(분노의 시대에 희망 찾기)은 그가 왜 진정한 지식인인지를 보여준다.
크루그먼은 그 칼럼에서 '악덕정치'를 재소환했다. 20여 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국가에서 낙관주의가 팽배했으나 지금은 분노로 가득한 사회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 중심에 부도덕한 정치가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2002년 이라크 침공의 정당성이 의심받고 있고, 2008년 금융위기는 정부가 경제를 잘 다스릴 것이라는 믿음을 깨트렸다는 것. 이 같은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과 환멸이 도널드 트럼프 지지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번 트럼프 재집권 역시 분노에 휩싸인 중산층과 IT 억만장자가 만들어낸 어처구니없는 결과라는 것이다.
트럼프를 악덕정치의 대명사로 본 것은 크루그먼뿐만이 아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지난해를 대표하는 단어로 '카키스토크러시(kakistocracy)'를 선정했다. 17세기 영국의 정치 용어에서 유래한 카키스토크러시는 가장 어리석고 악한 권력자에 의한 악덕정치를 뜻한다. 물론 이 말에 트럼프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 보다는훨씬 낫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허석윤 논설위원
크루그먼은 그 칼럼에서 '악덕정치'를 재소환했다. 20여 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국가에서 낙관주의가 팽배했으나 지금은 분노로 가득한 사회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 중심에 부도덕한 정치가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2002년 이라크 침공의 정당성이 의심받고 있고, 2008년 금융위기는 정부가 경제를 잘 다스릴 것이라는 믿음을 깨트렸다는 것. 이 같은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과 환멸이 도널드 트럼프 지지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번 트럼프 재집권 역시 분노에 휩싸인 중산층과 IT 억만장자가 만들어낸 어처구니없는 결과라는 것이다.
트럼프를 악덕정치의 대명사로 본 것은 크루그먼뿐만이 아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지난해를 대표하는 단어로 '카키스토크러시(kakistocracy)'를 선정했다. 17세기 영국의 정치 용어에서 유래한 카키스토크러시는 가장 어리석고 악한 권력자에 의한 악덕정치를 뜻한다. 물론 이 말에 트럼프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 보다는훨씬 낫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허석윤 논설위원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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