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부가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8일 오후 2시쯤 대구 남구 관문상가시장에 시민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이곳 상인들은 긴 연휴로 오히려 시민들의 시장 이용 저조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
![]() |
8일 오후 3시쯤 방문한 대구 북구청 앞의 한 카페. 평소 점심시간이 되면 공무원들이 찾아 발 디딜 틈 없이 붐비지만, 주 고객층이 빠지자 매우 한산한 모습이다. 구경모 수습기자 kk0906@yeongnam.com |
정부가 오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설 명절 '황금연휴'가 완성됐다. 주말인 25일부터 설 연휴 끝자락인 30일까지 6일간 내리 쉰 뒤, 연휴 다음날인 31일(금요일)에 휴가(연차)까지 내면 또다시 주말을 포함한 최대 9일간의 긴 휴식기가 주어진다.
새해 초부터 황금연휴라는 '로또'를 맞은 대구지역 직장인들은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두고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달서구청 공무원 김찬근(42)씨는 "세 자녀가 지금 방학인데도 맞벌이 부부여서 여태껏 같이 시간 보낼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호텔 숙박권이 하나 있었는데도 바빠서 여행 갈 엄두를 못 냈다"며 "그러다 오늘 임시공휴일 소식을 듣고 바로 여행을 계획 중이다. 온 가족이 오랜만에 같이 시간도 보낼 수 있어 '힐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성웅(32)씨는 "본가가 부산에 있는데 이번 기회에 쉬다 올 수 있어서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고향을 떠나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이번 황금연휴로 다시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것 같다"고 말했다.
긴 연휴로 많은 시민이 해외여행을 떠날 것으로 보여 지역 여행업계에서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구 중구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오늘 임시공휴일 소식이 나간 후 지금 시점에 갈 만한 여행지를 묻는 손님들의 문의가 쏟아졌다"며 "최근 잇따른 악재에 여행업계 곳곳에서 한숨이 깊었는데, 황금연휴에 맞춰 여행 계획을 짜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보여 여행 심리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일부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긴 연휴로 인한 매출 하락 문제를 고민했다. 이들의 걱정은 주 고객들이 긴 시간 지역을 떠나 발생할 수 있는 상권 저하였다.
남구 관문상가시장에서 호떡을 판매하는 유모(여·75)씨는 "원래 설 연휴는 평소보다 손님이 많다. 하루 이틀 연휴가 적당히 길어지면 전통시장 상인들에겐 좋은 일"이라면서도 "그런데 연휴가 6일, 길면 9일까지 이어지면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 전통시장이 텅텅 빈다. 아마도 이번 연휴에 '설날 특수'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북구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여·39)씨는 "우리 가게를 찾는 주 고객은 인근 직장인들이다. 직장인들이 쉬는 날 문을 열면 인건비가 더 나와 27일에는 그냥 운영을 안할 예정"이라며 "이번 임시공휴일 지정이 경기 부양 대책의 일환이라는데 직장인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소상공인들에게는 오히려 좋지 않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납품 기일을 맞춰야 하는 지역 중소 제조업체도 임시공휴일 지정이 당혹스럽긴 마찬가지. 업무 및 인건비 부담과 상대적 박탈감이 업체들을 짓누르는 상황이다. 달서구에서 치과기공소를 운영하는 허모(52)씨는 "오늘 갑자기 임시 공휴일 지정 소식을 접해 당황스럽다. 거래 중인 치과들과 약속한 납기 일자에 모든 업무 일정을 맞춰놨는데, 갑자기 변수가 생겼다"며 "거래처에 납품 기일을 미뤄달라 할 수도 없고, 우리 같은 영세 업체는 주휴수당이 부담스러워 직원에게 출근하라 할 수도 없다. 27일에 혼자 나와서라도 업무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 중소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는 이모(29)씨는 "임시 공휴일이 하루 생긴다고 해서, 거래처의 의뢰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냥 반갑지 않다. 그렇다고 회사 사정을 아는데 주휴수당을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장태훈·구경모 수습기자

박영민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