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식구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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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23  |  수정 2025-01-23 07:05  |  발행일 2025-01-23 제23면

마음이 오가는 사람들과 나누는 흔한 인사 가운데 하나가 '밥 한번 먹자'이다. 음식을 함께 먹는 일이 갖는 따스함과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말이다. 농업 중심의 전통사회에서 식사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같이 모여 밥을 먹음으로써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정체성을 만들기도 했다. 가족을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을 뜻하는 '식구(食口)'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화로 집과 일터가 분리되면서 밥을 같이 먹는 대상이 확대됐다. 가족을 벗어나 직장 동료, 학교 친구 등과 먹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빵, 시리얼 등 대용식이 늘어나 각자 일어나는 시간에 맞춰 간단히 때우는 아침 식사, 직장이나 학교에서의 점심 식사, 이런저런 모임으로 또 각자 해결하는 저녁 식사가 이어지면서 한집에 살아도 온 가족이 모여 밥 먹는 일이 쉽지 않다.

흔히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한다. 식사도 마찬가지다. 불편한 사람과 먹는 것은 아무리 좋고 비싼 음식이라도 모래알 씹는 것과 같다. 좋은 사람과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흔치 않다. 그 으뜸이 바로 가족이다. 곧 설 명절이다. 명절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뭐니 뭐니 해도 흩어져 살던 가족이 모처럼 모여 같이 밥을 먹는 모습이 아닐까. '식사는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고 사람의 마음을 키우는 힘이다'라는 말이 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서 음식을 만들고 이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서로를 위로하고 사랑을 돈독히 하는 명절이 되길 바란다.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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