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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예술을 특정인이 특별한 공간에서 접하는 문화라 생각한다. 미술관, 공연장, 혹은 영화관처럼 정형화된 장소에서만 예술적 경험을 누릴 수 있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 속에서 조금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예술은 이미 우리 생활 주변 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예술가라고 해서 거창한 시대적 사상이나 예술적 가치관을 작품에 모두 담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 모티브를 찾고 그것에 대해 상상하고 꿈꾸며 현실로 다시 재현하는 작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현대미술에서는 가장 보편적인 관심사로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세기 초반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이 변기를 전시장에 가져다 놓은 이후, 평범한 사물들이 예술의 주제가 되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레디메이드'라 불리는 이러한 작품들은 일상적 사물이 지닌 낯익은 모습 뒤에 숨겨진 새로운 의미를 탐구하게 했다. 이는 일상 속 사물이 다양한 해석과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삶, 소소한 행동, 개인적 경험 같은 일상의 요소들을 주목하며 미술이 점점 더 우리와 가까워지고 있다. 동시대 미술에서 특히, 젊은 작가들의 경우 이런 관심은 이제 당연한 듯 느껴진다. 반복하는 일상을 마주하며 그 안에서 자아를 발견하고 새롭게 규명하려는 태도가 어느덧 오늘날 미술에서 주된 흐름이 되었다.
이런 일상 속 예술은 집안에서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창가에 놓인 화분의 배치, 가족사진이 걸린 벽의 구도 또는 식탁 위에 놓인 아침 식사의 색감까지도 예술적 감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특히, 요리는 일상의 예술이다. 신선한 재료의 색과 질감, 조리 과정의 리듬, 그리고 완성된 음식의 아름다움은 감각을 깨우는 작은 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예술적 감성은 시각뿐만 아니라 다양한 감각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커피 한 잔에서 느껴지는 깊은 향과 따뜻한 온기, 좋아하는 음악이 주는 정서적 위로, 촉감 좋은 옷이 주는 편안함은 모두 예술적 감각의 영역에 속한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예술적 감성을 발견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바쁜 일상 속이지만 먼저 주의를 기울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느리게 걷고 사유하기, 주변 풍경을 유심히 바라보기, 그리고 오감으로 현재의 순간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예술이 생활 속에 함께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렇게 예술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작고 사소한 순간들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적 감성을 키워주는 원천이다. 또한 예술은 멀리 있지 않다. 그것은 지금, 그리고 여기,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자리하고 있다.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창밖의 풍경이나 주변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작이 될 것이다.
조동오〈달서아트센터 문화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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