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우렁각시?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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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05  |  수정 2025-02-05 07:02  |  발행일 2025-02-05 제27면

왕우렁이가 모를 갉아먹는 바람에 큰 피해를 본 전남도가 우렁이 월동(생존) 차단에 나섰다고 한다. 지난해 왕우렁이 피해를 본 지역을 중심으로 2월 한 달간 왕우렁이 개체 수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우렁이 농법은 1990년대 농약을 대체한 친환경 제초방식으로 활용됐다. 많은 지자체에서 우렁이 농법을 보조금 지원사업으로 추진해왔다. 논에 모를 심은 후 우렁이를 투입해 잡초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제초 효과가 뛰어나 노동력 등을 줄이는 효과가 컸다. 친환경 벼를 재배해온 농가들에서는 왕우렁이를 '우렁각시'라며 귀하게 여겼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겨울에 폐사해야 할 왕우렁이가 죽지 않고 살아남아 개체 수가 급증하면서 잡초만이 아니라 모내기한 모까지 갉아먹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친환경 농법으로 인기가 높았던 왕우렁이가 애물단지로 돌변한 것이다. 전남도 등지에서는 4~5년 전부터 우렁이 농법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개체 수 증가에 따른 피해를 본 일부 농가는 지자체의 보조금 사업을 통해 받은 왕우렁이를 버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경북지역에서도 우렁이 농법이 확산하고 있다. 의성, 청도에서는 친환경 농법으로 우렁이 쌀을 재배해 미국, 호주 등에 수출까지 한다. 우렁이 농법이 친환경 안전 먹거리가 인기인 유통시장에서 농약사용을 줄이고 토양 환경을 보존시키는 농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렁이 농법을 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전남도와 같은 피해가 언제 경북에서도 일어날지 모른다. 미리 대응책을 마련해 우렁각시가 애물단지가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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