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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경북도청 팀장 |
두 번째 올림픽 유치에 나섰던 서울이 본선도 아닌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2036 하계올림픽 국내 유치 후보 도시 투표에서 전북에 밀린 것이다. 그것도 49대 11, 압도적인 표 차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균형 발전 논리로는 올림픽 유치가 어렵다"는 오세운 서울시장의 주장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을까. 지방 연대가 전북에 표를 몰아준 꼴이 됐다. 앞서 전북은 올림픽 유치를 공식화하면서 지방 도시 연대를 통한 국가 균형 발전의 실현을 명분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를 두고 국내 한 유력 일간지는 지난 1일자 1면에 "지방이 서울을 제쳤다"란 제목을 썼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기분이 썩 좋진 않다.
지방과 서울(수도권)의 체급 차이는 다윗과 골리앗 수준을 넘어섰다. 경제력, 인적 자원, 기반시설 인프라 등 어느 것 하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오 시장의 주장처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다른 나라를 설득하기 위해선 서울이 하계올림픽 개최 적합지일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은 대한민국의 경제와 산업은 물론 역사와 문화,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 줄 수 있는 도시다. 지금도 대한민국에서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찾고, 가장 널리 알려진 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서울이 대한민국의 전부는 아니다. 정부가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문제 해결과 함께 지역 특성에 맞는 자립적 발전을 위해 지역 균형 발전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다. 다만 지역 균형 발전은 쉽지 않은 과제다. 서울을 중심으로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뤄내면서 형성된 산업 시스템과 중앙정부의 하향식 정책이 하루아침에 개편될 수는 없다.
정부의 노력에도 지역 균형 발전은 수십 년째 답보 상태에 있다. 중앙행정기관을 세종으로 옮기고 지방 곳곳에 혁신도시를 세웠음에도 각종 지표가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 수도권의 GRDP(지역내총생산), 일자리 수, 인구수 모두 국내 전체의 50%를 넘어선 지 오래다. 수도권 쏠림 현상과 지역 소멸은 가속화하고 있을 뿐이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블랙홀 마냥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정계는 물론 민심마저 둘로 갈라져 서로를 향한 비난과 혐오를 쏟아내며 정작 중요한 문제를 놓치고 있다. 독립을 위해 온 민족이 하나가 됐던 3·1절마저 두 쪽으로 나뉘어 비난과 욕설, 혐오와 선동을 이어갔다.
앞으로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정하면 결과와 상관없이 양 진영의 골은 더욱더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선이라도 치러지게 된다면 국민의 관심은 온통 정계로 향하게 된다.
가뜩이나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저조한 시점에 정책의 방향마저 흐려질 수 있다. 지역 균형 발전이 이뤄지기 위해선 결국 지방 연대가 뭉쳐야 한다. 개헌 논의가 불붙은 만큼 여야가 지역 균형 발전과 관련한 개헌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국가와 지역 공동체가 동등한 경제 주권을 쥐고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헌법에 명시한다면 진정한 '지방시대'가 열릴 수 있다.
박종진 경북도청 팀장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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