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선고 날인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한 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예고편'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사실상 무위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는 한 총리 탄핵소추를 선고에서 헌재의 '비상계엄 적법성'에 대한 판단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날 선고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이 이뤄지지 않았다. 더욱이 이날에도 윤 대통령 탄핵선고일도 밝히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가 안갯속에 빠져들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헌재는 '비상계엄 선포 및 내란 행위 관련' 탄핵 사유에 대해 “(한 총리가 비상계엄 당시) 적극적인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법리적 판단 전에 사실 인정에 대해서만 언급한 것이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아직 비상계엄 적법성이나 내란 행위를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아직 의견을 하나로 정리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에서도 증거나 자료 문제가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물론 윤 대통령 사건에 메시지를 줄 수 있어 최종 결정문 작성 단계에서 빠진 것이란 견해도 있다.
이날 한 총리 탄핵심판의 결과에서 법조계가 주목한 부분은 재판관의 성향이다. 이날 재판관 8명의 의견은 크게 네 갈래로 갈라졌다. 재판관들은 한 총리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 서로 다른 두 가지 논리의 기각 의견, 인용과 각하 의견을 각각 냈다.
기각 의견을 낸 5명 가운데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재판관 등 4인은 한 총리가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거부한 것은 위헌·위법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파면할 정도의 잘못은 아니라고 봤다. 김복형 재판관은 기각 의견에 동참하면서도 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를 위헌·위법으로 볼 수 없다는 상반된 논리를 택했다.
정계선 재판관은 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와 '내란 특검'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지 않은 것은 파면을 정당화할 중대한 잘못이라며 인용 의견을 냈다.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국회가 한 총리를 탄핵하면서 대통령 기준 의결정족수(200석)가 아닌 국무총리 기준(151석)을 적용한 것이 부적법하다며 각하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선 앞서 법조계와 정치권이 전망했던 보수 중도 또는 진보 성향의 재판관 성향을 따라가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특히 헌재의 판단이 만장일치가 아니라 엇갈린 의견이 나오면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지연되는 이유가 전원일치를 지향한 재판관들의 '이견 조율'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법조계는 실제로는 재판관 평의에서 비교적 사소한 쟁점들에 관해서는 일종의 '교통정리'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판관들이 한 총리 탄핵심판에서 저마다의 의견을 선명히 드러내면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역시 만장일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 사건은 지난달 25일 변론종결 후 평의를 거듭하고 있는데, 한 총리 사건보다 쟁점이 훨씬 많고 국회와 대통령 양쪽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어 재판관들의 고심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헌재는 이날도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기일을 정하지 않았다. 선고 2~3일 전 기일을 통지하기 때문에 28일 선고 전망이 나오지만, 4월로 밀릴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 총리 탄핵 심판의 내용처럼 예상보다 헌재가 윤 대통령을 탄핵 심판의 쟁점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은 명확한 사실로 보인다"며 “재판관 2명이 퇴임하는 4월18일 이전이 마지노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