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호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대구·경북 외국인 노동시장의 장기 동적 변화에 대한 진단' 발표를 하고 있다. 박용기 기자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의 한 자동차 부품 사출 공장. 점심시간 직후임에도 가동 중인 생산라인은 절반에 불과했다. 공장 한편에는 '외국인 근로자 채용 공고'가 바랜 채 붙어 있고, 현장을 지키는 이들은 대부분 머리가 희끗한 50~60대 숙련공들이다. 이곳에서 15년째 근무 중인 김창호(54)씨는 "예전엔 인근 대학 졸업생들이 수습으로 들어왔는데, 이제는 구경조차 힘들다"며 "그나마 오던 외국인들도 기술을 좀 익혔다 싶으면 월급 몇십만 원 더 주는 경기도 공장으로 떠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장 인력난은 단순한 체감을 넘어, 25년 뒤 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구미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5 구미 지역발전 세미나'의 화두는 2050년까지 대구·경북에서 사라질 '노동인구 100만 명'에 대한 경고였다.
◆ 2050년 노동 수급 붕괴… 대구 52만·경북 48만 명 부족
발표자로 나선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신선호 교수는 경북연구원의 장래인구추계(2025)를 근거로 대구·경북의 노동 시장이 2023년의 균형 상태를 끝으로 급격한 불일치(Mismatch) 구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2050년 대구는 116만 3천 명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공급은 64만 7천 명에 그친다. 경북 역시 수요 118만 3천 명 대비 공급은 70만 2천 명에 불과하다. 두 지역을 합쳐 약 100만 명에 달하는 노동 공백이 발생한다. 2022년 170만 명대를 유지하던 양 지역의 생산가능인구가 2052년에는 각각 89만 명(대구), 96만 명(경북)으로 반토막 나기 때문이다.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구미지역 외국인 노동력 활용방안'을 주제로 한 2025 구미지역 발전 세미나가 구미상공회의소 2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구미상공회의소 제공
◆ "배우면 떠난다"… 정주 여건 부재가 부른 전문인력 이탈
현장 기피 현상은 인력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진다. 대구 성서공단이나 구미 산단에서는 엔지니어 등 고숙련 전문인력 비중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지역 대학을 졸업한 유학생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구미의 한 전문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 중인 베트남 유학생 A씨(24)는 익명을 전제로 "지역 기업에서 인턴을 하고 있지만, 졸업 후에는 비자 변경이 쉽고 커뮤니티가 잘 형성된 수도권으로 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신 교수는 이러한 '정거장 현상'을 지역 경쟁력 약화의 핵심 원인으로 꼽았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용 안정성과 임금을 잣대로 지역을 평가하는데, 대구·경북은 이들을 붙잡을 매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경력이 쌓인 숙련 인력들이 대거 수도권으로 이탈하면서 지역 기업들은 만성적인 '초보 인력 교육'만 반복하는 처지에 놓였다.
◆ '유학-취업-정주' 잇는 통합 거버넌스 시급
지속 가능한 대안으로는 단순 인력 유입을 넘어선 '정주(Settlement)' 중심의 정책 전환이 제시됐다. 특히 고용률 상승세가 뚜렷한 유학생, 영주권자, 결혼이민자 그룹을 지역 산업 현장에 안착시키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 가족 동반 허용과 정주 기반 정착 지원 등 전문인력 유입을 위한 제도 정비가 필수적이다. 신 교수는 "대구·경북 대학의 유학생 유치 통합전략과 함께 F-4 비자 전환자를 위한 정교한 설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외국인 관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역사회가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2050년의 노동 절벽을 막을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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