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무환 SK실트론 노조위원장이 집회에서 회사 매각 추진 반대 및 생존권 보장을 외치고 있다.<박용기 기자>
SK실트론 노동조합이 37년만에 침묵을 깼다. 28일 오후 경북 구미시 임수동 SK실트론 1공장 정문 앞은 붉은 머리띠를 두른 노동자들의 구호로 가득 찼다. 1987년 노조 설립 이래 단 한 번도 집단행동에 나서지 않았던 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이유는 지주사인 SK Inc가 추진 중인 '일방적 매각'에 대한 반발이다.
현장에서 선포된 '비상사태'는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지역 경제 전반의 고용 불안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은 3천5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구미의 핵심 기업이다. 특히 2022년부터 2년간 경북도 및 구미시와 체결한 2조 3천억 원 규모의 제조설비 증설 투자양해각서(MOU)가 이행 중인 시점에서 터져 나온 매각설은 지역 산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지고 있다.
노조의 투쟁은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여왔다. 지난 17일 전 조합원의 SNS 프로필 이미지를 투쟁 문구로 통일하는 '지침 1호'를 시작으로 지주사의 책임 있는 답변 기한으로 정했던 25일까지 침묵이 이어지자 현장 집회라는 '지침 2호'를 실행에 옮겼다. 최무환 노조위원장은 "매각이 완료되는 순간 현재의 고용 안정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이라며 SK Inc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SK실트론 노동조합원들이 회사 매각 규탄 현수막을 들고 집회를 하고 있다. <박용기 기자>
이들의 목소리는 이미 제도권으로도 향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21일부터 경북도의회, 구미시의회, 각 정당 경북도당은 물론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잇달아 만나 매각 반대 의견을 전달하며 고용 안전망 구축을 요구했다. 지자체와 정치권 역시 수조 원대 투자가 약속된 앵커 기업의 이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K 측은 이번 사안을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사업재편)'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노조는 이를 사실상의 매각 수순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규모 설비 투자가 진행되는 와중에 불거진 주인 바뀌기 논란은 구미 국가산업단지의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 계획과 맞물려 당분간 지역 사회의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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