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개봉한 영화 '곤돌라'는 '낭만 가득, 와인 시사회'를 개최했다.<플레이그램 제공>

최근 개봉한 영화 '곤돌라'는 '낭만 가득, 와인 시사회'를 개최했다. <플레이그램 제공>
신작 영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이색 상영회를 도입해 눈길을 모은다. 영화관에서 뜨개질을 하고, 와인을 마시고, 책을 읽는 풍경이 낯설지 않아졌다. 이처럼 생각지도 못한 이벤트들은 극장과 영화홍보사 등이 관객 모으기 일환으로 도입했으며, 갈수록 다양해지는 추세다.
◆명대사 적은 필사노트 등장
4월30일 개봉한 민규동 감독의 영화 '파과'는 흔치 않은 60대 여성 킬러가 등장하는 액션 영화다.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것을 업으로 한평생을 살아온 레전드 킬러 '조각'에 실제 60대인 배우 이혜영이 캐스팅돼 화제다.
'파과'는 개봉에 앞서 지난달 25~26일 양일간 특별 상영회를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사전에 신청한 20대 젊은 대학생 독자를 초청해 관람행사를 진행했다. 입장객에게는 영화의 주요 스틸컷과 명대사 등을 담은 필사노트가 전달됐다. 한 참석자는 “중간고사 끝나고 시사회에 갔는데, 필사노트를 받으니 영화를 깊이 공부해야 할 듯"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파과'가 준비한 이벤트는 이뿐 아니다. 또다른 상영관에서는 영화의 원작소설인 '파쇄'를 한시간여 동안 읽은 후에 영화를 관람하도록 했다. 관객들은 원작소설을 읽으면서 영화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는 반응이다. 관람객들은 SNS 등에 글을 남겨 “신선한 경험" “영화에 과몰입 할 수 있는 기회" 등의 소감을 전했다.

최근 개봉작 '파과'는 영화를 상영하기 전에 원작소설을 한시간 동안 읽는 '독서상영회'를 개최했다.

최근 개봉작 '파과'는 영화를 상영하기 전에 원작소설을 한시간 동안 읽는 '독서상영회'를 개최했다.
◆와인 마시며 영화에 심취
또다른 개봉작 '곤돌라'는 영화관에 낭만 가득한 '와인'을 펼쳐놓았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곤돌라'는 흑해 연안에 있는 조지아 산골마을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힐링영화다. 마을을 오가는 곤돌라에서 매일 서로를 스쳐 지나가는 두 승무원 '이바'와 '니노'가 서로를 알게 되고, 소중한 감정을 간직하는 과정을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그렸다.
'곤돌라'의 SNS에는 최근 '낭만 한잔, 와인 시사회' 후기가 심심찮게 올라왔다. 관람객들은 이국적 화면에서 힐링감을 얻고, 선물로 받은 미니 와인을 마시며 마치 해외여행을 온 듯 자유로운 기분을 만끽했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송승헌·조여정 주연의 '히든페이스' 역시 '커플상영회'와 와인 이벤트 등으로 극장가에서 관심을 받았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1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히든페이스' 역시 심야 상영회를 찾은 관객에게 와인을 증정했다. 극중 남녀 주인공이 와인잔을 부딪히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 것. 한 관람객은 “영화의 파격적 수위에 놀라고, 와인잔의 달콤함에 깊이 빠져든 영화"라며 기억했다.
◆팝콘 던지고 환호성 지르기
CGV 영화관 체인 중 한곳인 서울의 '강변 씨네&포레'는 올해초 국내 영화관 사상 처음으로 '뜨개 상영회'를 개최해 화제가 됐다. 관객들은 느긋한 마음으로 영화 한 편을 즐기면서, 뜨개질로 또다른 힐링의 시간을 누렸다. CGV는 관객들의 기대밖 호응에 따라 '뜨개 상영회'를 정례화하는 것을 결정했다.
해외에서도 관객들과 접점을 찾으려는 영화관들의 새로운 시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 개봉한 영화 '마인크래프트'의 호주 특별상영회는 SNS를 통해 소개된 후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마인크래프트' 상영관에서는 관객들이 영화 속 장면에 적극 참여하고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관람객들은 게임 속 캐릭터로 분장하고, 일부 장면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팝콘을 던지며 열기를 표출할 수 있었다.

CGV 계열의 한 극장은 영화를 보면서 뜨개질을 하는 특별이벤트를 개최했다.
◆이색 상영회 열려도 지방은 '남의 떡'
이 같은 이색상영회는 극장과 홍보사 등이 관객에게 영화를 알리기 위한 방법으로 주로 사용하고 있다. 영화산업의 부진으로 침체의 늪에 빠진 영화계가 관객들에게 영화를 알리고, 입소문이 날 수 있도록 특별한 상영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는 것.
하지만 이 같은 행사의 상당수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돼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이색상영회를 개최한다 하더라도 대구경북 등 지역에 사는 관객들에게는 '남의 떡'에 불과한 것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 홍보에서 SNS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느는 추세인 만큼 극장이나 홍보사들이 이색 상영회를 열어 관람객 입소문을 기대하는 한편 SNS 등을 통해 널리 공유되는 효과를 기대하는 듯 하다. 지역 관객에 대한 배려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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